김예나
| 2026-07-20 19:20:05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둥! 둥! 둥!", "문을 여시오"
20일 오전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개문'(開門) 즉, 문을 열라고 명하자 수문장들이 절도 있는 동작과 함께 움직였다.
허 청장과 칼레드 엘에나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함께 발걸음을 옮기자 등채(군복 등을 착용할손에 드는 지휘봉)를 든 종사관은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췄다.
이집트 출신의 엘에나니 사무총장은 수문장의 복식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내부로 입장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소개하는 '대한민국관' 안으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K-헤리티지(heritage·유산)'의 매력을 알릴 공간이 문을 활짝 열었다.
허민 청장은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와 국민, 그리고 세계인이 함께 대한민국 국가유산의 가치와 미래를 만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축구장 2배 규모의 공간은 '유산의 과거-현재-미래', '살아있는 무형유산', '첨단 기술로 만나는 유산', '모두가 함께 즐기는 유산'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체험을 선보였다.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등 35곳이 참여한 행사다.
이날 오전 '대한민국관'의 문이 열리기 전부터 벡스코 일대에는 관람객들이 모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야외에서 열린 수문장 교대 의식을 보려는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어린이집 가방을 멘 아이와 함께 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
평소 경복궁을 지키던 수문장이 다른 지역에서 교대 의식을 연 건 처음이다. 취타대와 함께 이동하는 수문장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많았다.
수문장을 따라 들어간 '대한민국관'에서 가장 관심을 끈 건 국가유산진흥원이 '전 국토가 이야기책이다'를 주제로 선보인 K-헤리티지 홍보관이었다.
홍보관은 가장 최근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디지털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영상을 시작으로 산사, 서원 문화를 전통 공예품과 함께 소개했다.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과 연계한 전시 공간은 오전 내내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구매하거나 관람하는 현상)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오후에는 관람객이 다소 줄었으나, 개관 후 약 5시간 만에 2천300명 이상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이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보유자, 구혜자 침선장 보유자 등 국가무형유산 장인들이 전통의 손길을 선보이는 시연 행사 역시 1천500명 넘게 방문했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오픈런'한 서현이 씨는 "평소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데 집 근처에서 좋은 전시와 공연, 체험이 있다고 해서 시간 내서 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짬을 내서 들른 각국 대표단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장인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는 "세계유산 분야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최 교수는 "그간 10여 차례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했으나 전통문화부터 첨단 디지털 기술까지 문화 역량을 보인 곳은 없었다"며 "외국인들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대한민국관'은 29일까지 운영된다.
내부 무대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처용무를 비롯해 북청사자놀음, 동래학춤 등 전통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허 청장은 "(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장 밖 역동적인 모습도 눈여겨봐 달라"며 "한국의 멋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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