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영화 세트장 같아"…남대문시장·주체탑도 포착한 마틴 파

영국 사진 거장 회고전…서울시립 사진미술관서 사진·영상 등 595점 전시
소비와 관광 등 일상 풍경 유머로 비틀어…남한·북한 연작도 대규모 공개

박의래

| 2026-07-15 14:25:32

▲ 마틴 파 회고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 마틴 파 '다함께 춤을 춥시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 마틴 파가 기록한 관광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연작 '작은 세계'를 살펴보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 마틴 파의 '마지막 휴양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연작 '마지막 휴양지'를 둘러보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 마틴 파의 눈으로 본 '북한'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연작 '북한'을 둘러보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 마틴 파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연작 '남한'을 둘러보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 마틴파 자화상 연작 2007년 서울에서 찍은 사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틴 파, 자화상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 인사말하는 안드레아 홀스헤르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컬쳐 디렉터가 15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마틴 파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15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나는 그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마틴 파)

영국 사진 거장 마틴 파(1952∼2025)는 거창한 역사적 사건보다 휴양지에서 햇볕을 쬐는 사람들, 패스트푸드를 먹는 손, 관광지에서 셀카를 찍는 여행객, 마트 계산대의 소비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평범한 일상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강렬한 색채와 플래시, 특유의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소비와 관광, 계층과 욕망, 이미지가 넘쳐나는 현대사회 풍경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오는 16일부터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 '마틴 파: 위 아 마틴 파'를 개최한다.

지난해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 선보이는 사진작가조명전이다.

1970년대 초기 흑백 작업부터 말년까지 대표 연작 14개 시리즈를 망라한 사진 504점과 영상 1점, 사진책 90권 등 모두 595점을 선보이며 50여 년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손현정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한 작가 회고전이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오늘 우리의 삶을 마틴 파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자리"라며 "사진만이 가진 현장성과 우연성, 물질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마틴 파를 대표하는 연작들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따라간다.

'작은 세계'(Small World) 연작은 1980년대부터 작고 직전까지 세계 각국의 관광지를 기록한 장기 프로젝트다.

유명 관광지마다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서로 다른 문화를 찾아 떠난 여행이 역설적으로 지역의 개성을 지우고 획일적인 글로벌 관광문화를 만들어가는 현실을 보여준다. 관광객들은 소비문화의 적극적인 참여자인 동시에 거대한 관광산업의 흐름 속에 놓인 존재로도 읽힌다.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는 마틴 파를 세계적인 사진가 반열에 올려놓은 연작으로 1983∼1985년 영국 뉴브라이턴 해변 휴양지의 기록물이다.

산업 쇠퇴로 낡고 황폐해진 휴양지에서 쓰레기와 녹슨 시설 사이를 오가는 시민들의 휴가 풍경을 담았다. 휴양지의 낭만 대신 상품화된 여가와 서민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작가가 처음 컬러필름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상식'(Common Sense)은 1990년대 세계 각국을 돌며 촬영한 음식, 관광, 쇼핑, 오락 장면 270여 점을 지역 구분 없이 촘촘히 배열했다. 햄버거와 기념품, 붉게 그을린 피부, 카지노와 쇼핑 풍경은 국적은 달라도 소비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닮았음을 보여주며 현대 소비사회의 획일성을 드러낸다.

'죽음의 셀피'(Death by Selfie)는 스마트폰과 셀카봉이 일상이 된 시대를 포착한 연작이다. 절벽과 명소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셀피를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셀피 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현실을 연상시키지만, 작가는 이를 직접 비판하기보다 익살스럽고도 낯선 장면으로 보여준다.

'북한'(North Korea)과 '남한'(South Korea) 연작도 전시에서 대규모로 공개된다.

1997년 패키지여행으로 북한을 방문한 마틴 파는 김일성 동상과 주체사상탑 같은 상징적 공간뿐 아니라 시장의 노인과 어린이, 관광객들의 모습까지 함께 담았다. 정치적 상징과 평범한 일상이 공존하는 풍경은 현실과 연출의 경계를 묘하게 흔든다.

마틴 파는 "막상 북한에 가보니 거대한 영화 세트장 같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남한' 연작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 남대문시장, 대형마트, 에버랜드, 제주도 등을 촬영한 작품들이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소비문화, 관광산업의 확장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기록했다. 전시에서는 수많은 사진을 벽면에 촘촘히 배치해 한국 사회의 소비 풍경을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처럼 보여준다.

손 학예연구사는 "남북한 연작을 이처럼 큰 규모로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관람객들이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사회를 마틴 파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의 마지막은 '자화상'(Autoportrait) 연작이 장식한다. 작가는 세계 각국의 관광지 포토존과 사진관, 스티커 사진기, 기념사진 입간판 등을 활용해 자기 모습을 남겼다. 엄숙한 초상 대신 관광과 소비문화 속 놀이처럼 변한 자화상을 통해 오늘날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유쾌하게 비튼다.

2007년 서울의 10대들이 즐겨 찾는 프로필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도 있다. 화려한 배경과 진중한 표정의 대비는 한국 특유의 대중문화 속에서 거장이 남긴 위트 있고 유쾌한 기록이다.

이 밖에도 '이스태블리시먼트', '삶의 비용', '무료한 커플', '비국교인들', '궂은날', '다 함께 춤을 춥시다', '멕시코' 등 주요 연작도 함께 소개된다. 또 마틴파의 사진책 90권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만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모두의 마틴 파'도 만날 수 있다.

손 학예연구사는 "사진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이면서도 우리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기록하는 매체"라며 "전시를 통해 우리가 매일 만들고 소비하는 이미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엡섬에서 태어난 마틴 파는 사진가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카메라를 잡았다.

1973년 맨체스터 폴리테크닉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북부 지역사회를 기록한 흑백 사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1980년대 컬러사진으로 전환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강렬한 원색과 플래시를 적극 활용한 그의 사진은 소비문화와 관광, 음식, 스포츠, 가족 행사 등 평범한 일상을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풀어내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에는 세계적인 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스의 정회원이 됐으며 2013∼2017년 회장을 역임했다.

2014년에는 마틴 파 재단을 설립해 영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보존과 연구, 신진 작가 지원에 기여했다.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컬처 디렉터는 "마틴 파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영역을 확장한 인물"이라며 "사회를 보여주는 방법은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데에도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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