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아파트 나무는 어떻게 됐을까…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개포 키즈' 이성민 감독, 7년간 재건축 기록…"주변 나무 돌아볼 기회 되길"

박원희

| 2026-08-11 19:16:57

▲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속 장면 [스튜디오시옷·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인사말 하는 이성민 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이성민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8.11 jin90@yna.co.kr
▲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속 장면 [스튜디오시옷·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속 장면 [스튜디오시옷·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속 장면 [스튜디오시옷·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포즈 취하는 이성민 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이성민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8.1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1980년대 지어진 서울 개포주공아파트는 저층에 소형 평수로 이뤄진 서민의 보금자리였다.

구룡마을 등의 판자촌도 있던 개포동은 열악한 주거 환경이라는 의미를 담아 우스갯소리로 '개도 포기한 동네'라 불리기도 했다.

그런 개포동은 교육열과 재건축에 힘입어 부촌으로 탈바꿈했다. 개포동은 이제 '개도 포르쉐를 타는 동네'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개포주공아파트도 재건축 열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개포주공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개포 주공 키즈' 이성민 감독은 2014년 재건축으로 곧 사라질 동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던 이 감독의 카메라는 개포주공아파트 곳곳을 울창하게 메운 나무들로 향했다. 긴 세월 사람들과 함께해온 나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40년간 주민과 함께 자란 나무들이 다 베어지는 게 우리한테 괜찮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나무들이 어디로 가는지 해답을 찾고, 보존과 관련한 협의까지 담았죠."

이 감독은 1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시사회에서 나무에 관한 관심이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녹색섬'은 재건축을 앞둔 개포주공아파트의 모습을 7년여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개포주공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고 "다섯 식구가 행복했던 때"로 아파트를 기억한다.

이들의 추억은 자연스럽게 아파트를 에워싸고 있는 나무로 향한다. 매미를 잡기 위해 올라가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나무들 사이에서 데이트하는 등 울창한 나무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람들의 추억과 함께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식물이 우거진 아파트 풍경의 의미를 짚는다. 영화에 담긴 나무들은 그곳이 도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다.

시민들을 모집해 같이 나무들을 둘러보며 기억하는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를 비롯해 나무 보존을 위한 활동도 나온다. 영화는 그렇게 사람들의 추억에서 직접적인 행동을 기록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 감독은 "공원이 새 단지에 들어서면서 나무를 보존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보존 방법을 모색하며 영화도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제목 '콘크리트 녹색섬'은 그 과정에서 나왔다. 공원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나무들을 제외하고 다른 식물은 모두 제거된 아파트 풍경이 콘크리트 한가운데에 있는 녹색 섬을 떠올리게 했다.

이 감독은 "이 나무들이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나무라면 어떨지 상상하며 더 기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영화는 재건축 과정을 좇으며 나무들이 제거되는 순간도 기록했다. 5층 높이의 아파트를 훌쩍 넘는 나무가 톱에 쓰러지는 장면은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이 감독은 "예전 아파트에서 자란 나무들은 뿌리가 깊어서, 베일 때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며 "쓰러질 때 피톤치드의 황홀한 향도 났다. 역설적으로 나무가 베일 때 정말 살아있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카메라는 베인 나무들이 끝내 도달하는 곳까지 추적할 정도로 집요했다. 나무 보존을 위해 통화하던 강남구청 공무원은 이 감독에게 '나무에 왜 이렇게 집착하느냐'고 묻는다.

이 감독은 "나무와 계속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많은 추억이 떠올랐다"며 "나무와 제가 서로 기억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며 점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썼다. 집착보다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개봉에 맞춰 재건축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친다. 구축 단지에 있는 수목을 일부라도 보존하는 방향의 조례를 사람들의 뜻을 모아 청구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제도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영화로 관련 질문을 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싶다"며 "이 영화를 보시고 집 앞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돌아보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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