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6-08 19:12:04
장인 손길로 완성한 촛대·병풍…덕수궁서 만나는 '왕의 공간'(종합)
국가유산청·아름지기, 9∼21일 특별전…작업 과정·도구 등도 소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길게 뻗은 촛대 너머로 '희'(喜)자 두 개를 나란하게 붙인 쌍희자(囍) 문양이 은빛으로 빛난다.
서울 덕수궁 한편에 자리한 전각, 즉조당에 놓인 철제 은입사 촛대다.
최교준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보유자가 2018∼2021년 왕실 유물과 문헌을 연구하며 완성한 촛대는 '왕의 공간'을 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벗겨진 옻칠은 그의 제자이자 금속공예가로 활동 중인 신선이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이수자가 다시 메웠다.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사를 품은 덕수궁 즉조당이 이들을 비롯한 장인의 손길로 채워진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이달 9일부터 21일까지 덕수궁 즉조당에서 선보이는 '장인의 손과 도구를 만나다' 전시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11년간 이어진 '동행'의 성과다.
궁능유적본부와 아름지기, 에르메스는 2015년부터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 사업을 하며 궁궐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구와 집기를 재현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인들과 함께 완성한 평상, 병풍, 방석, 촛대, 등잔걸이 등 즉조당 내부 재현품 14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래 살고 복을 누리라는 뜻을 담아 '복'(福) 자와 '수'(壽) 자를 반복해서 표현한 자수 병풍, 왕실에서만 허용된 붉은 빛으로 마감한 책상 등을 볼 수 있다.
김소영 아름지기 문화사업팀장은 8일 열린 간담회에서 "즉조당 내부를 둘러보면서 궁궐 공간의 쓰임새와 장인들의 전통 작업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철제 은입사 촛대 등 주요 유물의 보수 과정을 담은 영상, 신선이 이수자와 권오창 화백의 주요 작품과 작업 도구도 볼 수 있다.
스승과 20년 가까이 작업하며 전통의 손길을 이어온 신선이 이수자는 "전통 (공예 기술)이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하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전통 인물화 권위자인 권 화백은 영상을 통해 조선시대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병풍을 보수한 과정을 소개한다.
다만, 일월오봉도 병풍은 돈덕전에서 전시 중이라 즉조당에서는 볼 수 없다. 대신 권 화백이 그린 단종(재위 1452∼1455) 영정, 그림에 쓰는 푸른색 안료 등이 소개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안내해설사를 따라 관람할 수 있다. 16일에는 신선이 이수자가 참여하는 '전통 장인과의 만남' 행사가 열린다.
덕수궁 즉조당은 조선 15대 임금인 광해군(재위 1608∼1623)과 16대 인조(재위 1623∼1649)가 왕위에 오른 곳이다. '즉조'는 '왕의 즉위'라는 뜻이다.
대한제국 초기 정전으로 쓰였다가 나중에 집무실인 편전으로 활용됐으며, 중화전이 세워진 뒤에는 고종(재위 1863∼1907)의 후궁인 순헌황귀비가 생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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