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우
| 2023-02-24 12:47:01
'낙태권'을 다시 생각하다…영화 '콜 제인'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유능한 변호사 남편과 딸을 둔 중산층 가정의 전업주부 '조이'가 임신 중 심근병증 진단과 함께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가 살아날 유일한 방법은 임신을 중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 중심의 병원 이사회는 조이의 임신 중절을 허용하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조이는 우연히 알게 된 '제인스'라는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받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영화 '콜 제인'은 1960∼1970년대 미국에서 여성들의 중절 수술을 비밀리에 도왔던 공동체 '제인스'의 활동을 다룬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오기까지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낙태의 권리가 미국 헌법상 사생활 권리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낙태 합법화를 가져온 판결은 50년 가까이 유지됐으나 2021년 연방대법원 판단이 뒤집히며 공식 폐기됐다.
낙태권이 헌법상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낙태권 존폐 결정은 각 주 정부와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갔고 혼란이 가중됐다.
논란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콜 제인'은 당시 시대상을 섬세하면서도 침착하게 살피며 관객이 낙태권을 놓고 한 번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제인스'는 1965년부터 주요 활동가 7명이 체포되는 1972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약 1만2천명의 임신 중절 수술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체에는 전업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연령, 인종, 계층이 함께했다고 한다.
작품에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우먼 파워들이 출동했다.
'에어리언', '아바타' 시리즈의 대표 배우이자 인권·환경보호 활동가로 알려진 시고니 위버가 '제인스'를 창립한 버지니아 역으로 분한다. '제인스'에 우연한 기회에 합류한 뒤로 단체의 중심이 되는 '조이'역은 '헝거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맡았다.
시고니 위버는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여성들을 돌본 여성들에 관한 시나리오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도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196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인만큼 제작진이 생생하게 구현한 거리와 의상 등이 눈길을 끈다. 루 리드, 지미 헨드릭스 등 1960년대 미국에서 사랑받았던 당대 음악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작품은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121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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