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람
| 2022-01-03 19:01:02
레아 세두의 이름으로 기억될 영화 '프랑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어떤 영화는 스토리가 아닌 배우로 각인된다.
레아 세두 주연의 '프랑스'가 그렇다. 모든 것이 거짓인 삶을 사는 스타 기자 역을 맡은 그는 난해하고 조악하게까지 느껴지는 영화를 신들린 연기 하나로 끌고 간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오직 세두의 연기 덕분이다.
그가 분한 프랑스 드 뫼르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과시하는 방송 기자다. 대통령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들지 않고도 가장 먼저 마크롱의 지목을 받을 정도다. 방송국 앞에는 팬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파파라치들은 온종일 그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프랑스의 취재 과정은 기만으로 가득하다. 장면을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출까지 한다는 점에서 그가 하는 일은 기자가 아니라 감독에 가깝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에 알맞도록 현장 출연자들에게 행동이나 대사를 지시한다. '이토록 위험한 현장에서도 기자 정신을 발휘하는 나'를 보여주려는 프랑스의 지시를 받은 카메라는 내내 그를 쫓아다닌다.
자아도취와 오만에 빠져 있던 프랑스는 어느 날 실수로 스쿠터에 탄 청년을 차로 친 이후부터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타블로이드 기자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프랑스의 사고를 연일 보도하면서다.
날로 우울증이 심해지던 그는 급기야 방송 은퇴를 선언하고 설산에 둘러싸인 요양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잘생긴 라틴어 교수 샤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남자는 프랑스를 꾀어내 가십거리를 보도하려고 신분을 위장한 기자로 밝혀지고, 프랑스는 배신감에 치를 떤다.
이 일을 겪은 이후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방송계에 복귀하기로 결심한다. 유명인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더 위험천만한 전쟁 현장으로 그를 잡아끈다. 매니저와 시시덕거리며 나눈 대화가 생중계되는 일로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그의 아슬아슬한 '뉴스 연출'은 계속된다.
세두는 자유자재로 표정과 행동을 바꿔가며 프랑스의 속살을 드러낸다. 총소리와 대포 소리가 들리는 전장에서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천진한 얼굴로 장난을 치다가도, 카메라가 돌자 순식간에 근엄한 얼굴로 돌변해 뉴스를 전한다. 극도의 우울증에 빠져 틈만 나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소리를 지르는 감정 연기 역시 박수받을 만하다.
프랑스가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이유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게 연출한 브루노 뒤몽 감독의 불친절함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타 기자라는 인물을 통해 미디어 생태계와 허상 속에 사는 인간 두 가지를 동시에 풍자하려는 시도였겠지만, 이 때문에 관객이 플롯을 따라가기가 어려워지는 면이 있다.
오는 13일 개봉. 133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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