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원
| 2026-09-04 18:48:19
(제천=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처음에는 이 개봉판이 최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장면들이 자꾸 생각이 나고 '그걸 괜히 뺐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서 20분가량 분량이 늘어난 확장판이 4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박 감독은 '어쩔수가없다' 확장판 상영을 마친 뒤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영화 분량을 줄이느라 부득이 덜어냈던 장면들을 더한 새 버전을 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2시간 40여분 이렇게 (길게) 되면 관객들이 지레 겁먹고 '이 영화 못 보겠다' 생각해서 아예 안 오실까 봐 정말 손톱을 깎는 것 같이 조금씩 줄여서 개봉 버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개봉한 '어쩔수가없다'는 직장에서 해고된 가장 만수(이병헌 분)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 경쟁자들을 제거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확장판에는 만수의 아내 미리(손예진)가 직장 상사인 오진호(유연석)와 대화하는 장면과 취업 훈련소에 들어간 만수의 모습 등이 추가되고 다듬어졌다.
극장판보다 19분 늘어난 157분 분량으로, 주문형비디오(VOD)로는 먼저 공개됐지만 극장에서 확장판이 상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쩔수가없다' 관객과의 대화에는 박 감독과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 작업을 함께한 조영욱 음악감독도 함께했다.
조영욱 감독은 "박찬욱 감독은 구태의연한 음악을 싫어하고, 항상 새롭고 창조적인 걸 좋아해서 저같이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난다"며 "'이 화면에는 또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이 항상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현재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 '래틀크리크의 무법자들'(The Brigands of Rattlecreek)을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할리우드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와 페드로 파스칼, 오스틴 버틀러, 중국 배우 탕웨이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래틀크리크의 무법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조영욱 감독이 음악을 맡을 예정이다.
박 감독은 "(차기작은) 아무래도 서부극이니까 음악의 스타일도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기대하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1990년 개봉작 '집시의 시간'을 관객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톡투유' 행사에 참석했다.
봉 감독은 '아빠는 출장 중'(1988)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집시의 시간'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과 10여년 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던 일화를 전했다.
봉 감독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님은 90년대 초반에는 히어로 같은 분이었다"며 "2011년에 저는 신인감독상 부문 심사위원으로, 쿠스트리차 감독님은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으로 칸영화제에서 딱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돌아봤다.
이어 "나이를 물어 보셔서 '마흔 둘입니다' 라고 했더니 '조만간 영화 만들지 마. 20~30대 젊을 때 찍어야지 나이를 먹을수록 영화가 점점 나빠져'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1999년 타계한 '집시의 시간'의 주연 배우 다보아 더모빅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을 다시 보는 감상을 전했다.
봉 감독은 "변희봉 선생님이나 전미선씨, 이선균씨도 그렇고,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화를 볼 때면 '이제 우리 곁에 없구나' 생각하게 된다"며 "(그들이) 큰 화면에서, 생생한 얼굴로 우리를 향해 미소 짓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걸 볼 때 오는 이상한 감정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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