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혜
| 2026-09-29 18:29:18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첫 대본 리딩 때 다 함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갖고 시작했어요.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현장에서도 끝까지 감사함을 품고 나아갈 수 있었죠."
배우 김유정은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tvN 20주년 특별기획 새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제작발표회에서 첫 리딩 당시를 회상하며 엄혹한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에 임했던 남다른 책임감을 털어놓았다.
김유정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큰 영광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대 초반, 아직 어리고 꿈조차 찾지 못했던 젊은 친구가 격랑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갈지 궁금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개인의 안위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졌던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연대의 가치를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꼽았다.
"이 작품은 개인이 '우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예요. '우리'가 있기 전에는 개인도 존재하기 힘들다는 현실은 시대를 떠나 어디에나 닿는 메시지라고 생각했죠. 많은 분들이 이 지점을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달 10일 처음 방송되는 '100일의 거짓말'은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밀정이 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와 조선총독부 엘리트 통역관이 100일간 펼치는 첩보 로맨스를 그린 16부작 드라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유인식 감독은 "초기 기획안 단계부터 가슴속에 뜨겁게 올라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던질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이 이 작품을 만들게 한 원동력이었다"며 "그 당시 장소와 건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시대 고증과 미술에 부담이 컸지만, 그 시대를 기억하는 분들을 위해 최대한 충실히 구현하려 했고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극 중 김유정은 돈을 모아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항일 무장단체 구국단과 거래를 맺고, 조선총독부 통역생으로 위장 잠입하는 소매치기 이가경 역을 맡았다. 박진영은 총독부 정무총감의 양자이자 3개 국어에 능통한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김태웅) 역을 맡아 김유정과 호흡을 맞춘다.
박진영은 두 사람의 로맨스 호흡에 대해 "100점 만점에 1천 점이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유인식 감독님이 설레 하고 뿌듯한 미소를 지어주셨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유정 역시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어린 가경과 정체성 혼란을 겪는 태웅이 서로를 느끼며 함께 성장하는 로맨스"라며 "현장에서 서로 눈만 봐도 통하는 진심이 시청자들에게도 닿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청춘들의 로맨스뿐 아니라 항일 무장단체 구국단과 이들의 표적인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이의 숨 막히는 대립도 극의 핵심 축이다
과거 일제에 딸을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저격수 유소란 역의 김현주, 그리고 소란과 위장 부부 행세를 하는 조선계 미국인 특파원이자 구국단원 유필립 역의 이무생은 대의 속에서 서로를 지키고 구하기 위해 애틋한 관계를 그린다.
이들의 표적이자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인 사토 신이치로 분한 진선규는 '범죄도시'를 뛰어넘는 잔혹한 악역 변신을 예고했다.
진선규는 "'범죄도시'의 위성락을 조금 지워보고 싶다는 목표로 임했다"며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기에 결코 미화하려 하지 않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 점점 변질되는 인간의 처절함을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지막 촬영 당시 대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 속에 있던 수많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정말 많이 울었다"며 "진심을 다해 만든 만큼 시청자분들의 가슴속에도 뜨거운 감정이 생길 것"이라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한 배우들의 외국어 연기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박진영은 "머리가 아니라 입이 외운다 싶을 정도로 툭 치면 나올 때까지 외국어를 연습했다"고 했고, 진선규는 "일본어 연기를 위해 두 달간 일본에 머물며 대본을 외우고 수업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무생은 "조선계 미국인 기자라는 설정에 맞춰 미국인 특유의 제스처나 매너를 고민했고, 미국인이 구사하는 일본어의 억양과 발음 차이를 살리는 데도 신경 썼다"고 전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이번 작품이 tvN 개국 20주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여 선보이는 특별기획 드라마라며, 시청자들의 많은 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유 감독은 "작품은 뜨겁고 숭고한 대의를 다루고 있지만, 각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첩보, 멜로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준비돼 있다"며 "10월 10일 1932년도 경성역 플랫폼에 내리셔서 저희와 함께 흥미로운 여행을 떠나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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