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7-27 18:32:10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백발이 성성한 장인은 부처님을 한참 쳐다봤다. '턱을 조금 손봐야겠다'고 말한 그는 끌과 나무망치를 들었다.
섬세하게 조각을 깎고 다듬기를 여러 차례.
그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장인의 손길에 집중했다. '뭘 만드는 거예요?', '할아버지 안 힘들어요?'라고 묻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올해로 97세인 전기만 국가무형유산 목조각장 보유자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그동안 조용한 산속에서 작업했는데 오늘은 조금 시끄럽다"면서도 환히 웃었다.
27일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에 마련된 '대한민국관'에서 만난 전 보유자는 "이제는 힘도 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왔다"면서도 미소를 띠었다.
1929년생으로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가운데 현역 최고령인 전 보유자가 사람들 앞에 나선 건 장인들의 땀과 노력으로 완성한 전통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하고자 국가유산진흥원이 준비한 합동 공개 행사에는 전 보유자를 포함한 14명의 보유자가 참여했다.
목재를 깎고 다듬는 목조각장부터 자수장, 갓일, 소목장, 나전장 등 총 11개 종목의 장인이 부산을 찾아 작업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그간의 작품을 전시했다.
평소 쉽게 보지 못하는 장인들의 손길에 사람들의 관심을 쏠렸다.
대한민국관 안에 마련된 '리빙 헤리티지'(LIVING HERITAGE) 행사장은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5만2천298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일요일 26일에는 하루 1만6천826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백수정 국가유산진흥원 무형유산팀장은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어제보다 사람이 더 많이 왔다. 시연을 가까이서 보려는 대기 줄도 생겼다"고 귀띔했다.
뜨거운 반응에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표정은 밝았다.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기능을 가진 장인을 일컫는 각자장(刻字匠) 분야의 김각한(69) 보유자는 "공개 행사를 여러 번 했지만, 부산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과 만난 건 처음"이라며 웃었다.
김 보유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자 작업을 설명하면서 '세종대왕이 무엇을 만들었지?', '이 목판은 왜 이렇게 시커멓게 됐을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향해 "10년 뒤에 꼭 만나자. 다음에는 나 대신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은 29일까지 합동 공개 행사와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한민국관은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전시관으로, 축구장 2배 규모 공간에서 여러 전시와 체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전날까지 누적 관람객은 9만3천425명이며, 이날 오후 1시 30분까지 8천여 명이 입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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