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 2026-08-05 18:30:15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슈베르트의 음악을 최대한 그대로 안무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죽음의 아름다움, 삶의 밝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크리스티안 슈푹)
발레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은 5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죽음과 소녀' 공연 간담회에서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죽음과 소녀'는 서울시발레단 창단 2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는 14∼1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발레단은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과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의 작품 '선인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제목 '죽음과 소녀'는 두 작품이 공통으로 사용한 슈베르트의 동명 현악 사중주곡에서 따왔다.
병에 걸린 슈베르트가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지은 이 곡에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느낌을 자아내는 단조가 깔려 있다. 그러나 2악장에서는 몽환적인 정취의 아름다움을, 3악장에서는 경쾌한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일곱 번째 파랑' 연주를 맡은 현악사중주단 '콰르텟21'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는 "죽음의 어두움을 묘사하는 곡이지만, 작품 내면의 밝은 면을 떠올리며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초연되는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은 음악 속 긴장감과 실존에 대한 불안감을 무용수 7쌍의 날카로우면서도 절제된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무용수들은 붙잡았다가 밀어내고, 만났다가 흩어지는 안무를 통해 황홀함과 긴장감을 교차시키는데, 이는 삶과 죽음을 상징한다.
슈푹은 "작품은 다소 멜랑콜리(우울)하지만 아이러니한 느낌 속 삶의 밝음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는 다소 개구진 느낌의 안무로 '누구나 삶에서 안녕을 구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작품에 참여하는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 강효정도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춤을 출 때에는 마냥 무겁고 두려운 느낌보다는 아름다운 느낌으로 풀어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푹은 작품 제목에 대해서는 "죽음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색깔"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목에 들어간 파랑이라는 색은 하늘의 끝, 바다의 끝을 상징하는 색"이라며 "이승을 떠나 어딘가 다른 곳, 지평선 너머 또는 수평선 너머의 멀리 떨어진 곳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리 한국을 방문해 1차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이번 무대에 공을 들였다.
슈푹은 "작품이 만들어진 지 26년이 됐는데, 어떤 발레단과 무용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색깔과 뉘앙스가 바뀌는 점이 아름답다"며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춤에 따라 제가 화답하듯 (안무를) 바꿔 나갈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에크만의 '선인장'은 현대 예술과 비평 문화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선인장'에서 슈베르트의 음악은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넘치는 리듬과 결합해 강렬해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무용수 16명은 손뼉을 치거나 설치물을 두드리는 소리로 리듬을 만든다. 선인장 오브제와 내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장치는 풍자를 완성하는 한편 음악과 움직임을 한층 더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선인장'에 참여하는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 이상은은 "'우리는 예술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이라며 "연습하는 입장에서도 즐겁게 하고 있고, 작품 속 무용수를 '인간 오케스트라'에 비유한 안무가 에크만의 설명에 따라 리듬감을 강조해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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