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쉐겔 한국외대 교수 "우리는 굴복하지 않아"

NCCK 기도회 연사로 나서…주한 러시아대사관 앞까지 '침묵 행진'

양정우

| 2022-03-04 18:17:51

▲ 올라나 쉐겔 외대 교수 "푸틴은 틀렸다, 우린 굴복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20여년간 한국에 거주하며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 민간 가교 역할을 해 온 올라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가 4일 러시아 침공의 참상을 전하며 한국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2022.3.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끝)
▲ 러시아 침공 규탄 침묵행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 기도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우크라 침공] 쉐겔 한국외대 교수 "우리는 굴복하지 않아"

NCCK 기도회 연사로 나서…주한 러시아대사관 앞까지 '침묵 행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0년 넘게 한국에 거주하며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 민간 가교 구실을 해 온 올라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가 4일 러시아 침공의 참상을 전하며 한국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쉐겔 교수는 이날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회' 연사로 나와 "러시아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이후로 저에게 지옥과 같은 시간이 시작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잠은 안 오지만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새벽에 기절하듯 잠이 들고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억지로 무언가를 먹지만 음식 맛을 못 느낀다"며 "일주일 동안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는지 저로서는 아무리 상상해도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검은색 상의 왼쪽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의 리본을 단 채로 연단에 선 쉐겔 교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발언했다. 연설 도중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가족 생각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모국에 있는 부모와 여동생이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약 600㎞ 떨어진 도시 르비우를 향해 피난길에 오른 일을 전하면서 "식량이 없고, 휘발유도 필요한 양의 4분 1밖에 없다. 제 가족이 르비우로 도착할 수 있을지 저는 지금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쉐겔 교수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속국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자신감에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푸틴은 틀렸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결코 러시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가(國歌) 중 '소중한 자유를 위해 우리는 영혼과 몸을 바칠 것'이라는 대목을 소개하며 "우리는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싸우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쉐겔 교수는 한국 국회가 대선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결의안을) 논의하고 통과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2주 아니면 한 달?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자는 결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도움이 시급하다. 여러분이 돕고 싶다면, 사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에게 결의안 통과 과정을 가속화할 것을 촉구해 달라. 한국 국민과 전 세계의 도움을 빨리 받아야 우리는 러시아를 멈출 수 있다"고 요청했다.

쉐겔 교수는 "러시아는 스스로를 크리스천 국가라고 부르면서 비기독교적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그들이 기독교인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기도회는 진보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기도회가 끝난 뒤 인근에 있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까지 침묵 행진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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