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가족 판타지 그려낸 나문희·최우성의 '룸 쉐어링'

김정진

| 2022-06-15 18:18:47

▲ 영화 '룸 쉐어링' [엔픽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룸 쉐어링' [엔픽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안가족 판타지 그려낸 나문희·최우성의 '룸 쉐어링'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테이프로 질서정연하게 구분된 작은 아파트의 마룻바닥은 '추상화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생면부지의 대학생 지웅(최우성 분)과 함께 살게 된 금분(나문희)은 책상 가운데 선을 긋고 짝꿍과 '내 책상'과 '네 책상'을 나누는 초등학생처럼 집을 구역별로 나눠 표시한다.

금분의 까탈스러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대변은 금지다. '낯선 사람'과 살을 맞대기 싫다는 게 이유다.

한 푼이 아쉬운 지웅은 이 모든 부당함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시원과 월세는 같지만, 방 크기는 두 배이고 창문까지 달렸기 때문이다.

영화 '룸 쉐어링'은 혼자 사는 노인과 대학생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금분과 우성의 이야기다.

금분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기 위해 파독 간호사 생활을 하며 겪은 일련의 일들로 사람을 믿지 못한다.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교회에 버려졌던 지웅은 보육원에서 자라오며 늘 외롭고 사랑이 고프다.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에 때로는 틀어지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변화해나간다. 악착같이 살아오던 금분은 직접 김밥을 말아 소풍을 즐길 줄 알게 되고, 지웅은 '지는 것도 버릇이 된다'는 금분의 말에 할 말은 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

영화는 두 사람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하나의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어머니의 죽음 직후 유산에 집착하는 이들을 등장시켜 금분과 지웅의 관계와 비교하면서 관객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또 지웅을 통해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비롯해 이제는 만연해진 고독사의 의미를 짚어내기도 한다.

연출을 맡은 이순성 감독은 15일 시사회에 이어 진행된 간담회에서 "가족은 사전적으로 혈연, 혼인, 입양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같이 밥을 먹고, 생활하고, 웃으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주인공 금분을 연기한 나문희는 "최우성 배우가 표현해낸 고아 얘기가 너무 실감 나고, 이 세상에 이렇게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주 감동적으로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22일 개봉. 93분. 전체 관람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