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원
| 2026-02-26 18:13:55
'깐느 박' 박찬욱, 칸 트로피 3개 수집하고 심사위원장으로
'올드보이' 심사위원대상 첫 인연…'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
아시아 감독으론 두 번째…"칸영화제 수상만큼이나 중요한 성과"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한국인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한국의 거장이다.
박 감독은 그동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무려 세 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작은 박 감독을 대표하는 '복수 3부작' 중 하나인 '올드보이'(2003)였다. '올드보이'는 2004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뒤를 이어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에 주어지는 상으로, 우리나라 작품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2등 상을 받은 건 '올드보이'가 처음이었다.
이후 박 감독은 '박쥐'(2009)로 다시 한번 칸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차지했다.
'박쥐'는 흡혈귀가 된 신부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호평받았고, 박 감독은 5년 만에 다시 칸에서 이름이 호명되며 '깐느 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게 됐다.
당시 두 번째로 초청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이나 감독상 등 더 큰 상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없느냐는 물음에 박 감독은 흡혈귀라는 영화의 주요 설정에 빗대어 유쾌하게 답했다.
그는 "뱀파이어가 원하는 모든 피를 다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상의 등급이란 것이 물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상작 그룹에 들어가는 것 자체로 충분히 기뻐해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2016년 '아가씨'로 또 한 번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은 불발됐고, 대신 류성희 미술감독이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성취를 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상인 벌칸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독특한 분위기의 멜로 연출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022년에는 배우 송강호도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박 감독은 송강호와 함께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 동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인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아시아인으로는 2006년 왕자웨이(왕가위)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박 감독은 9년 전인 2017년 제70회 칸영화제에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한 차례 참석했다. 신상옥(1994), 이창동(2009) 감독과 배우 전도연(2014)에 이어 네 번째였으며, 이후 배우 송강호(2021)와 홍상수 감독(2025)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9년 만에 심사위원장으로 심사위원단에 합류한 박 감독은 작년 심사위원장이던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의 뒤를 이을 예정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이번 심사위원장 위촉에 대해 "박찬욱 감독이 지금까지 해 온 영화 연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작년 칸영화제에 한국 작품이 진출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심사위원장 위촉은) 상을 받은 것만큼이나 중요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감독이 영화를 감상하고 평가하는 섬세한 작업을 현장에서 이끌게 된 것은 또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 거둔 성과에 대한 평가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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