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 2026-05-13 18:05:46
200명이 구현한 장엄한 운명…발레 만난 합창 '카르미나 부라나'
서울시합창단 15년만 무대에 오케스트라·발레단 합류…21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심장을 울리는 장엄한 합창 속 30명의 발레단원이 팔과 다리를 크게 휘둘러 '운명의 수레바퀴'와 그 속의 인간 군상을 표현했다.
13일 윤별발레컴퍼니의 '카르미나 부라나' 연습 현장에서 가장 장관을 이룬 부분은 마지막 곡인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 대목이었다. 무용수들은 원을 이뤄 역동적인 몸짓으로 속절없이 돌아가는 운명의 바퀴와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치열함을 표현했다.
서울시합창단이 15년 만에 발레와 결합한 합창 무대 '카르미나 부라나'를 선보인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독일 작곡가 카를 오르프가 만든 음악극이다. 독일 수도원의 중세 시가집 중 일부를 가사로 차용했으며, 방랑 성직자의 입을 빌려 운명 앞에 놓인 인생의 무상함과 타락한 성직자에 대한 조롱, 술과 음식, 연애에 대한 세속적 욕망을 노래한다.
이영만 서울시합창단 단장은 연습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은 유례없이 많은 인원이 채우는 역대급 무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작품은 합창·오케스트라·발레 등 분야를 아우르는 200명가량의 출연진이 압도적인 사운드와 안무를 선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떠오르는 신예 발레단 윤별발레컴퍼니의 참여가 눈에 띈다.
이 단장은 "원래 카르미나 부라나에는 정해진 안무 형태가 없는데, 15년 만의 기획을 맞아 보는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다인원의 발레단과 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발레단의 윤별 대표는 "카르미나 부라나는 제 '버킷리스트'였던 작품"이라며 "오로지 이 공연의 '운명의 여신이여' 부분을 위해 20명이었던 단원 수를 30명으로 늘렸다. 이런 대작을 하게 된 게 정말 '운명' 같다"고 웃음 지었다.
윤 대표는 "음악이 워낙 세서, 단원들에게 '이 정도 에너지는 1열까지도 못 간다'고 말했다"며 "웅장한 음악에 지지 않도록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총 25곡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공연에선 무용곡 2곡을 포함해 총 14개 곡에 발레 안무를 넣는다. 안무 창작은 윤별발레컴퍼니의 박소연 안무가가 총지휘했으며 원 가사에 맞는 상징적 춤이 구현됐다.
박소연 안무감독은 "특히 재미있었던 작업은 '일찍이 내가 살았던 호수' 부분의 백조 안무"라고 말했다. 이 곡은 요리사에게 잡힌 백조가 통구이가 되기 전 부르는 노래다.
이 곡에서 발레리노들은 포크를 들고 등장하며, 백조를 연기하는 우아한 발레리나를 들어 올려 화덕으로 데려가는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한다.
박 감독은 "원래 백조는 발레리나들이 선망하는 대상 아닌가. 그런데 그 백조가 통구이가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포크를 활용해 위트 있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운명의 수레바퀴' 장면에 대해서는 "거대한 운명이 돌아가는 가운데 치열하게 움직이는 인간을 구현하고자 했다"며 "운명 앞에서 작아지지 않고 인간이 낼 수 있는 뜨거운 몸짓과 소리를 내는 데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카르미나 부라나의 핵심은 합창인 만큼, 안무와 함께 노래 부분도 대폭 강화됐다.
합창단의 규모를 더하기 위해 국립합창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협업해 총 120여명이 웅장한 칸타타를 선사한다. 소프라노 강혜정, 바리톤 염경묵, 테너 강동명,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함께한다.
이영만 단장은 "15년 만에 다시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만큼 규모와 예술성 모든 면에서 관객의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순간을 준비했다"며 "전통적 합창의 깊이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관객에게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오는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회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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