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 2026-09-22 18:04:49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무대에 올랐어요. 코로나19로 아쉽게 무대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마친 시즌도 있었고, 10주년 공연 때는 다른 작품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죠. 이번에 제안받았을 때 고민도 많았지만, 스스로 10주년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참여했습니다."
22일 서울 중구의 달개비에서 만난 배우 조정은은 4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드라큘라'에 임하는 깊은 애정과 소회를 털어놓았다.
2014년 초연을 시작으로 2020년(삼연), 2021년(사연)에 이어 2026년 여섯 번째 시즌까지 네 번째 미나로 무대에 서는 그는 '드라큘라'의 역사를 함께해 온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조정은은 여러 시즌을 거치며 몸으로 느낀 미나 캐릭터의 변화에 대해 표현이 조금 더 과감해졌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경험도 적었고 그때는 그게 저의 최선이었다"며 "지금은 인간 조정은으로서 경험도 생겼고 다른 작품도 하면서, 같은 말이나 같은 상황인데도 다르게 다가오는 게 있어 표현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막에서 미나의 감정 폭이 좀 더 커졌다"며 "피날레에서 드라큘라를 미나가 구원하고 그를 칼로 찌르는 장면이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에선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정말 미칠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호흡을 맞춰온 동료 배우들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김준수를 비롯해 신성록, 전동석, 이번에 새로 합류한 고은성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드라큘라들과의 만남이 미나라는 인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했다.
조정은은 "김준수 배우는 매번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에 늘 감탄하고 고마움을 느낀다"며 "고은성 배우는 본인만의 해석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신선한 자극을 줬고, 성록 씨와 동석 씨 역시 작품을 훨씬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고 공을 돌렸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조정은은 그간의 무대 인생을 돌아보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감사의 마음을 고백했다. 특히 지난해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은 기억은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용기를 얻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연기하면서도 마치 너무 높은 산처럼 느껴졌는데, 이 상이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는 큰 용기를 줬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길을 쭉 가는 게 맞나 의심이 많았던 때도 있었는데, '드라큘라'를 하면서 그 의심이 사라졌고 나라는 사람, '배우 조정은'이 분명해진 것 같다"며 "'나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그걸 누리면서 가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일을 25년 동안 해온 게 감사하고, 할 수 있는 한 쭉 하고 싶다"고 미소 지어 보였다.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들을 향한 묵직한 책임감도 전했다.
그는 "티켓을 구하고 먼 길을 찾아오는 관객들의 걸음이 얼마나 귀한지 잘 알고 있다"며 "오신 분들이 소중한 시간을 들여 구경만 하다 돌아가지 않으시도록, 매회가 마지막이란 마음가짐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다음 달 1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