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성
| 2026-04-13 17:59:18
'빌리 엘리어트' 연출 달드리 "한국 공연 보고 감정 북받쳐"
뮤지컬 개막 맞춰 첫 내한…"한국 배우들 재능, 세계적 수준"
원작영화 연출후 공연도 성공시켜…"엘튼 존이 먼저 제안, 진심인지 되물어"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달리 공연에서는 배우가 실시간으로 춤을 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공연의 가장 큰 즐거움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춤을 추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영국 오리지널 공연과 동명 원작 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는 작품 속 주인공 빌리 역 연기의 난도를 마라톤 뛰면서 햄릿을 연기하는 것에 비긴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탄광촌 소년 빌리를 연기하는 아역 배우는 연기와 노래는 물론, 발레와 탭댄스 동작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역들은 '빌리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4∼5시간씩 춤과 노래를 익히며 체력을 다지기도 한다.
달드리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 아역 배우들의 춤에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 우아함이 깃들어있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달드리는 "한국, 미국, 영국 어디서 공연이 진행되든 관객들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우아함에 반응하게 된다"며 "그 우아함은 무대 위에서 춤으로 구현된다"고 말했다.
달드리는 공연계와 영화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겸 연출가다. 그는 장편영화 데뷔작인 '빌리 엘리어트'로 2000년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2005년 영화를 원작으로 초연한 뮤지컬은 10개의 토니상과 5개의 올리비에상을 휩쓸었다.
그는 전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한국 공연은 2010년부터 진행됐지만 달드리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공연을 관람한 뒤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 달드리는 한국 무대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달드리는 "한국 공연이 새롭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을 몇 년 만에 감상하는 것이다 보니 감정적으로 북받치는 순간도 있었다"며 "전날 빌리를 연기한 김승주 군을 비롯해 배우들이 가진 재능의 수준은 세계적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다른 나라 관객들이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언제나 놀랍다고 말한다. '빌리 엘리어트'는 광부 대파업 시기 영국의 풍경과 당시 총리인 마거릿 대처를 향한 광부들의 날 선 비판을 담고 있다.
달드리는 "문화적 맥락이 달라도 감정적인 반응은 비슷한 대목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놀라움을 준다"며 "공동체에서 어린 소년이 춤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 보편적이라 생각한다. 제조업이나 탄광 등 사라져가는 산업의 모습에서도 공감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품이 걸어온 길을 돌아본 달드리는 애당초 저예산으로 제작된 원작 영화가 성공을 거둔 것부터 놀라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엘튼 존이 영화를 본 직후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을 때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달드리는 "첫 상영 날 영화를 보러 온 엘튼 존이 크게 감동해 뮤지컬을 만들자고 하기에 '진짜? 이걸로?'라고 답했다"며 "존은 작품에 본인과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는 빌리가 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며 발레를 하지만, 존은 그의 가수 활동을 원치 않았던 아버지에게 끝내 응원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엘튼 존은 뮤지컬을 작업하는 내내 훌륭한 작업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어제도 한국 공연을 본다고 연락했더니 설렌다며 반응이 어떤지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달드리는 작품의 긴 역사를 실감케 하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2013년 대처 총리 서거일에 열렸던 공연이 대표적인데, 달드리는 극 중 등장하는 대처 총리의 죽음을 기원하는 넘버를 부를 것인지의 여부를 관객 투표로 결정했다.
달드리는 당시를 돌아보며 "2막 처음에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곡이 있는데 그걸 불러야 할 것인지가 고민돼 관객에게 물어봤다"며 "관객 99%가 노래를 부르라고 했고 8명이 반대해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달드리는 현재 영국과 미국에서 넷플릭스 유명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연극 '기묘한 이야기'를 공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중 '빌리 엘리어트'의 영국 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20대 시절인 1980년대부터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그는 앞으로도 공연예술이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된 뒤에도 관객들은 여전히 공연장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AI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겠지만, 라이브 공연은 AI가 절대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공연장에서 함께 숨 쉬며 같은 이야기를 보는 경험은 재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오는 7월 26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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