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희
| 2026-04-29 17:57:03
전주영화제 첫 방문 그레타 리 "매주 영화 보던 소녀…꿈 이뤄"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로 내한…"윤가은·이경미 감독과 작업하고파"
켄트 존스 감독 "전주, 영화가 숨 쉬는 곳…예술 흠뻑 경험하는 작품 되길"
(전주=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전주는 처음인데, 대단한 꿈이 실현된 것 같아요. 켄트 존스 감독과 같이 있는 것도 제게 특별합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4)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가 29일 개막한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의 주연으로서 전주를 찾은 그는 이날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첫 방문의 기쁨을 드러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는 미국 뉴욕 우체국에서 일하며 평범한 노년을 꾸려가던 에드 색스버거가 젊은 시절 쓴 시로 예술가 지망생 모임의 주목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해 열린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이번 전주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로 잘 알려진 윌럼 더포가 색스버거 역을 맡았다. 그레타 리는 모임 일원으로서 색스버거에게 미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배우 글로리아 역을 소화했다.
극 중 글로리아는 자신의 진심을 감추고 일상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기보다는 말투나 표정이 과장되고 꾸며낸 듯한 연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그레타 리는 "몇 년 전 '패스트 라이브즈'에서는 자연스럽고 리얼리즘에 입각한 연기를 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했다"며 "글로리아는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는 거리가 먼 인물인데, 그런 점을 퍼포먼스와 같은 연기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레타 리는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2025), '트론: 아레스'(2025)에 연이어 출연하며 최근 할리우드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배우 중 한명이다.
그는 어린 시절 노래, 춤, 글쓰기를 좋아했다며, 예술에 관심이 많던 부모님 덕분에 운 좋게 영화라는 세계에 빠졌다고 돌아봤다. 그의 어머니는 이화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콘서트 피아니스트, 아버지는 매일 첼로를 연주하는 의사였다고 한다.
그레타 리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매주 주말 부모님과 영화를 보러 갔다"며 "영화는 세계와 미국을 이해하는 다리였다. 저 화면의 일부가 된다면 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향후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으로는 윤가은과 이경미를 꼽았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2025)에 애정을 표했다.
그레타 리는 "윤 감독님은 보기 드문 목소리를 내시는 분이어서 반가웠다. 이런 영화를 보고 싶다는 저의 기도를 하늘에서 들어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며 "이경미 감독님은 여성 관점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는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식의 협업이 한국과 서양을 넘어 많은 사람이 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영화를 만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연출을 맡은 켄트 존스 감독도 전주영화제를 방문한 데 대한 감격을 전했다. 그는 비평가로 시작해 시나리오 작가, 뉴욕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감독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여정을 밟은 창작자다.
존스 감독은 "전주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 다르게 영화가 예술 미디어로서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막작으로 선정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영화의 주요 소재로서 색스버거와 모임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시다.
존스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핵심에는 시가 있다. 시가 무엇인지 탐구하려는 열망에서 영화가 시작됐다"며 "듣기 좋은 시 구절을 던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진짜 시들을 관객이 경험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래와 퍼포먼스도 나온다. 관객이 예술 자체를 흠뻑 경험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제는 이날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를 시작으로 다음 달 8일까지 열흘간 전주 일대에서 열린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 아래 안성기 추모 특별전과 뉴욕 언더그라운드 특별전, 홍콩 아방가르드 특별전, 차이밍량 감독과 마이크 피기스 감독을 초청한 '마스터클래스' 등이 열리고 제작의 다양성을 추구한 영화를 주목하는 '가능한 영화' 부문을 고정 섹션으로 신설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 탱고', 박세영 감독과 우가나 겐이치의 영화 등 총 54개국 237편이 상영된다.
정준호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여러 나라의 문화와 젊은이들의 사랑, 인생 등을 보며 삶을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슬로건처럼, 새로운 데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감정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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