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사습 판소리 장원 정보권 "든든했던 아버지 생각나…"

나보배

| 2026-06-08 17:53:07

▲ 장원기 흔드는 정보권씨 [촬영 나보배]

전주대사습 판소리 장원 정보권 "든든했던 아버지 생각나…"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아버지 생각이 가장 많이 납니다. 수상하시는 모습을 보셨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텐데…."

8일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제5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한 정보권(33)씨는 수상 직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수상으로 정씨에게는 대통령상과 상금 8천만원이 수여됐다. 차상을 차지한 최건씨는 전북특별자치도지사상과 상금 1천500만원을, 차하를 차지한 김은영씨는 전주시장상과 상금 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정씨가 수상의 기쁨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다.

그는 "어릴 적 사물놀이와 판소리를 모두 배웠는데, 아버지가 우스갯소리로 '소리를 안 할 거면 공부시키겠다'고 하셔서 판소리로 진로를 정했다"며 "제가 소리하는 영상이나 공연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보시던 든든한 지원군이셨다"고 회상하며 울먹였다.

11살 때 부모님을 따라 찾았던 충남 금산문화원에서 처음 소리를 접한 정씨는 이후 송재영 명창의 가르침을 받으며 소리꾼의 길을 걸었다.

전주예술고등학교 국악과와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를 졸업한 그는 현재 다양한 창극과 음악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날 본선 무대에서 정씨는 스승의 소리 중 가장 아끼는 '심청가 중 타루비 대목'을 열창했다.

타루비 대목은 심봉사가 인당수에 빠진 딸 심청을 그리워하는 장면으로, 소리꾼의 애절한 성음과 깊은 내공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든 곡이다.

정씨는 "제 뜻대로 소리가 나지 않아 그 어떤 공연에서도 타루비 대목을 불러본 적이 없었다"라며 "오늘 비로소 만족스러운 소리를 낸 것 같아 기쁘다. 이제 다른 무대에서도 자신 있게 타루비 대목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는 끝없는 반복과 고독한 연습 과정에 지쳐 소리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군 복무를 하며 다시 힘을 얻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정씨는 "매일 하던 소리를 군대에서 잠시 쉬어가게 되니 오히려 소리에 대한 재미가 다시 찾아왔다"며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치열하게 소리를 갈고닦아 온 그는 이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정씨는 "당장 다음 달에 열리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야 한다"며 "이번 대사습놀이를 준비하면서 '내가 언제 이렇게 치열하게 소리를 했던가' 돌아보게 됐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더 멋진 소리를 선보이는 소리꾼이 되겠다"고 단단한 포부를 밝혔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