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이 된 패션디자인…갤러리에 걸린 옷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포스트아카이브팩션 전시 '파이널 컷'

강종훈

| 2021-03-16 17:53:03

▲ '파이널 컷' 설치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파이널 컷' 설치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이 된 패션디자인…갤러리에 걸린 옷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포스트아카이브팩션 전시 '파이널 컷'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갤러리에 옷이 진열됐다. 기념품이 아니라 작품이다. 옷 진열 방식도 독특하다. 조명이 들어오는 바닥에 놓이기도 하고, 미술관 수장고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에 걸리기도 했다. 옷에는 가격표도 붙어있다.

옷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입체적인 설치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옷을 구성하는 평면 패턴들을 확장해 만든 오브제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영역 파괴와 융합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지만, 갤러리 전시에서는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다.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18일 개막하는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AF·파프)의 전시 '파이널 컷' 전경이다.

파프는 2018년 첫선을 보인 국내 남성복 브랜드로, 패턴의 과감한 해체와 전위적인 실험을 바탕으로 하는 디자인으로 국내외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파프의 실험적인 시도를 미술 공간에 구현한 이번 전시는 조각 10여점과 회화·드로잉 20여점으로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문다.

갤러리 지하 전시장에서는 파프의 예술적 토대인 패턴을 개념화한 작업을 보여준다. 패턴은 옷의 기초가 되는 기본 형태이다.

"패턴으로 인식되기 직전이 가장 아름답다"는 파프의 철학을 반영하듯, 패턴으로 구성된 조각은 옷과는 전혀 다른 입체적인 형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옷을 만드는 요소인 패턴이 아니라 특정한 행동 양식을 뜻하는 패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패션 매장과 전시 공간이 결합한 듯한 공간에는 옷과 미술작가들의 그림이 같이 진열됐다. 한 발 떨어져 작품을 조용히 감상하는 일반적인 갤러리와 달리 관람객이 직접 옷과 그림이 걸린 진열대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순수예술 작품을 거래해온 국내 주요 갤러리 중 한 곳에서 펼쳐지는 패션과 미술의 만남은 기존 협업이나 융합 방식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시도로 새로운 자극을 전한다.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는 "특정 공간에서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전통적인 갤러리 영역에서 변화를 주고자 시도한 전시"라며 "앞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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