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에 한장씩 말린 조선왕조실록…무주서 적상산사고 포쇄

김문경

| 2026-09-13 17:46:58

▲ 가을바람 아래 실록을 한 장씩 넘기며 말리는 교생들 (무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13일 전북 무주군 적창면 적상산사고에서 2026 조선왕조실록 묘향산사고본 적상산사고 포쇄 재연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6.9.13 door@yna.co.kr
▲ 사배하는 이안사 일행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실록을 말리기 위해 준비하는 교생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무주=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실록은 국가의 절대 기밀이자, 허락 없이 열람할 수 없는 귀중한 기록이었습니다."

13일 전북 무주군 적상산 자락.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해설자의 설명이 이어지는 사이에 가을바람과 햇볕 아래에서 실록을 말리던 교생이 슬쩍 책장에 눈길을 보냈다.

이를 확인한 사관은 크게 호통을 치며 교생의 어깨를 때렸고, 교생이 움찔하며 사관의 시선을 피하자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사의 숨결을 되새기고 무주가 가진 국가유산의 의미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된 2026 조선왕조실록 묘향산사고본 적상산사고 포쇄·이안 재연 행사가 이날 오후 마무리됐다.

포쇄는 실록이 부식되거나 충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책을 꺼내 바람에 말리고 습기를 제거하는 의식이다.

무주군과 무주문화원에 따르면 적상산사고는 광해군 때인 1614년 건립됐다.

앞서 1592년 임진왜란으로 춘추관과 충주·성주의 사고가 모두 불타 소실됐고, 전주사고본만이 내장산으로 옮겨져 난을 피했다.

이후 전주사고본을 바탕으로 다시 간행한 신인본은 춘추관과 태백산·묘향산에 보관됐으며, 전주본과 교정본은 강화도사고와 오대산사고에 각각 보관됐다.

그러나 후금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하면서 묘향산 사고의 실록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선 조정은 묘향산 사고본을 무주 적상산 사고로 옮기게 됐다.

맹갑상 무주문화원장은 "적상산사고는 사방이 험준한 절벽으로 돼 있고 정상부에는 평탄한 공간이 있어 외부 침입을 방어하기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1618년 선조실록이 처음 봉안됐고, 인조 대에는 묘향산사고의 실록이 모두 적상산 사고로 옮겨졌다.

전날 오후 3시에는 묘향산사고본을 무주로 옮기는 이안 행렬이 재연됐으며, 이날은 포쇄 의식이 재연됐다.

실록이 적상산 사고 아래에 도착하자 무주 현감이 이안사 일행을 맞이했고, 이들이 사배의 예를 올리는 개고식이 진행됐다.

개고식이 끝난 뒤에는 이안사와 현감이 실록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고, 교생들은 말리는 작업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와 실록을 한 권씩 받아 갔다.

이후 교생들은 자리로 돌아가 실록을 한 장씩 조심스럽게 넘기며 습기를 제거했다.

포쇄 의식이 마무리되자 실록을 받은 사관은 이를 조심스럽게 다시 궤에 집어넣은 뒤 자물쇠를 채웠다.

무주군은 지난 2019년부터 조선왕조실록 적상산사고 이안 행렬과 포쇄 의식을 선보이고 있다.

맹 원장은 "무주는 적상산 사고가 건립된 후 현에서 도호부로 승격됐다"며 "무주 적상산 사고는 기록을 지켜낸 요람이자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귀중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재연 행사가 아니라 역사 문화와 어우러진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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