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성
| 2026-03-25 17:46:47
英 무대 오르는 신림동 반지하…"실제 보니 '기생충' 방보다 작아"
뮤지컬 '더 라스트맨' 무대디자이너·한국계 배우 "어둠과 압박감 느껴"
국내 작품 원작으로 5월 런던서 개막…"고독 다룬 작품에 관객 공감할 것"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반지하를 다룬 논문도 읽어봤고, 영화 '기생충'에도 반지하 방이 나와서 그 모습을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방문해보니 크기가 더 작아서 놀랐어요."(샹코 차우드후리)
한국 창작 뮤지컬 '더 라스트맨'의 영국 초연을 준비하는 무대 디자이너 샹코 차우드후리와 주연배우 나비 브라운은 25일 서울 신림동 소재의 한 반지하 방을 찾았다.
'더 라스트맨'은 반지하 방을 방공호 삼아 좀비가 창궐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자의 이야기를 다룬 1인극. 배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실제 반지하를 답사했다는 이들은 짧은 방문에도 고독과 압박감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차우드후리는 "아주 작은 창문으로 미량의 햇빛이 들어오는 장면이 강력하게 느껴져서 무대에도 반영하려 한다"며 "신림동과 고시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들으면서 우울을 느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브라운 역시 "맑은 날인데도 조명 전원을 내리니 방이 어두워진 것이 기억에 남았다"며 "여기서 혼자 지낸다고 생각하니 압박감이 느껴지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오는 5월 8일 런던 서더크 플레이하우스 엘리펀트에서 개막하는 '더 라스트맨' 영국 공연은 반지하를 비롯한 원작의 설정을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이다. 두 사람은 전날 한국 공연을 관람하며 무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차우드후리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영어 대본을 기억하며 관람했다"며 "한국 공연 무대를 어떻게 영국으로 옮길지에 초점을 맞췄다. 신림동 반지하라는 공간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한국계 영국인으로 이중 국적자인 브라운에게 이번 공연은 더욱 특별하다. 현재 영국 유명 예술학교 트리니티 라반에서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는 브라운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브라운은 "이번 작품으로 한국과 영국을 모두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며 "이런 순간을 일찍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영국에서 한국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웃음 지었다.
한국인 어머니를 둬 성인이 되기 전 5년가량 한국에 거주했다는 브라운은 작품이 한국적 특성을 담고 있지만, 영국 관객에게도 호응을 끌어낼 것이라고 봤다. 특히 작품 속 고독의 감정이 코로나19 유행을 경험한 관객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핵심은 고독과 연결에 대한 갈망"이라며 "문화적 맥락은 한국이지만, 다른 어떤 곳에서든 통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영국 공연과 구별되는 점을 가지고 있어 이목을 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작품의 또 다른 차별점으로 좀비물이지만 좀비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좀비가 등장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고, 인물의 심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차우드후리는 "때로 상상이 현실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곤 하는데, 공연은 그런 순간을 전달하는 데 특화된 장르"라며 "누구든 한 번쯤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상상을 해봤기 때문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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