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자가 드러낸 역사…국내 가장 오래된 화약 무기, 나주서 발견(종합)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나주 금성산서 찾은 '황자화통' 실물 공개
휴대할 수 있는 크기에 장인·감독자 이름까지…기존 보물보다 시기 앞서
1377년 혹은 1437년 제작 추정…"전투의 새로운 가?

김예나

| 2026-09-21 13:44:26

▲ 화약무기 '황자화통'에서 발견된 명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무기 '황자화통'을 공개되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연구소는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화약 무기 '황자화통'을 조사해 몸체에 새겨진 28자의 명문(글자)을 확인했다. '황자화통'은 고려 말~조선 초에 만들어진 소형 화약 무기 실물이자 한국 화기 발달사를 새롭게 쓸 보물급 자료로 평가된다. 2026.9.21 jin90@yna.co.kr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무기 '황자화통' 공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립나주문화연구소 관계자들이 실체현미경을 통해 유물을 확인하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연구소는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화약 무기 '황자화통'을 조사해 몸체에 새겨진 28자의 명문(글자)을 확인했다. '황자화통'은 고려 말~조선 초에 만들어진 소형 화약 무기 실물이자 한국 화기 발달사를 새롭게 쓸 보물급 자료로 평가된다. 2026.9.21 jin90@yna.co.kr
▲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28자 명문 새겨진 '황자화통' 연구 성과 공개 (서울=연합뉴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화약 무기 '황자화통'을 조사해 몸체에 새겨진 명문(글자)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황자화통 모병에 새겨진 글자. 2026.9.21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고려 말 ~ 조선 초 군인과 황자화통 추정 복원 그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황자화통'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립나주문화연구소 관계자들이 실체현미경을 통해 유물을 확인하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연구소는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화약 무기 '황자화통'을 조사해 몸체에 새겨진 28자의 명문(글자)을 확인했다. '황자화통'은 고려 말~조선 초에 만들어진 소형 화약 무기 실물이자 한국 화기 발달사를 새롭게 쓸 보물급 자료로 평가된다. 2026.9.21 jin90@yna.co.kr
▲ 황자화통 모병 명문 3D 스캔 자료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무기 '황자화통'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립나주문화연구소 관계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무기 '황자화통'을 공개하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연구소는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화약 무기 '황자화통'을 조사해 몸체에 새겨진 28자의 명문(글자)을 확인했다. '황자화통'은 고려 말~조선 초에 만들어진 소형 화약 무기 실물이자 한국 화기 발달사를 새롭게 쓸 보물급 자료로 평가된다. 2026.9.21 jin90@yna.co.kr
▲ 허민 국가유산청장, '황자화통' 발견 언론공개회 인사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무기 '황자화통' 발견 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21 jin90@yna.co.kr
▲ 금성산과 영산강 전경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영산강 유역의 군사 요충지였던 전남광주 나주 금성산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 무기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됐다.

고려 말∼조선 초에 만들어진 소형 화약 무기 실물이자 한국 화기 발달사를 새롭게 쓸 보물급 문화유산으로 관심이 쏠린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황자화통'(黃字火筒) 실물을 공개했다.

화통은 화약을 사용해 화살이나 탄알을 쏘아 내보내는 무기로, 당시 주력 무기였던 활보다 사거리, 파괴력 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이후에는 주로 '총통'(銃筒)으로 불렸다.

나주 황자화통은 2023년 11월 군부대가 발견한 유물이다.

금성산 정상은 1966년부터 공군 방공포대가 주둔해 왔는데, 등산로를 조성하기 위해 군이 지뢰를 탐지하는 과정에서 9부 능선 암벽에서 우연히 찾아냈다.

발견된 유물은 길이 23.75㎝, 구경 1.66㎝이며 무게는 1천32g이다. 나무 손잡이를 끼웠을 때는 약 1.2m 정도로, 개인이 휴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결과, 황자화통은 발사체가 나가는 총부리, 화약을 넣는 약통, 손잡이 나무 자루를 끼우는 모병(冒柄)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모병 부분과 총부리에는 총 28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명문은 '정사십이월일 연 황자화통 중일근십사량 감조녹사안휴보 장인석'(丁巳十二月日 鍊 黃字火筒 重一斤十四兩 監造錄事安休甫 匠人石)으로 판독된다.

이를 해석하면 '정사년 12월에 황자화통을 만들었다. 무게는 1근 14량이다. 감독자는 녹사(錄事) 안휴보(安休甫)이고, 장인은 석(石)이다'라는 글이 된다.

황자화통이라는 명칭의 무기를 만든 시기, 구체적인 무게, 무기 제작을 감독한 사람의 관직과 이름, 장인 이름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우리 화약 무기의 초기 역사를 실물로 확인하고, 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작 시기로 언급된 '정사' 년은 문헌 기록과 기존에 알려진 화약 무기 등을 고려하면 고려 말인 1377년 혹은 조선 세종 대인 1437년으로 추정된다.

역사서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우왕(재위 1374∼1388) 대인 1377년은 무신이자 무기 개발자였던 최무선(1326∼1395)의 건의로 화통도감(火桶都監)이 설치된 해다.

화통도감은 화약과 화기 제조 업무를 맡았던 관청이다.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화약 무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해로, 8차례 열린 자문 회의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1377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조선 초에 해당하는 1437년은 화약 무기 개량이 활발하던 때다.

연구소는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거나 발굴된 총통류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라며 "국내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화약 무기"라고 강조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레이(X-ray) 분석 결과, 약통은 둥근 형태로 확인되며 조선 세종대에 화기를 개량하기 전 형식으로 추정된다.

또 제련 과정에서 남은 황, 규소, 은 등의 불순물 성분을 볼 때 황자화통은 근래에 제작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청동 주조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학계에서는 이번 유물이 보물로 지정될 가치가 크다고 보고 있다.

1975년 쌍자총통(雙字銃筒)을 시작으로 지자총통(地字銃筒), 세총통(細銃筒) 등 지금까지 화약 무기류 14건(세부 수량 16점)이 보물로 지정됐다.

제작 시기가 확인되는 유물 중 가장 이른 건 천자총통(天字銃筒·1555년)이다.

나주 황자화통의 경우, 출토지가 명확하고 제작 시기와 제작 주체 등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어 한국 화약 무기의 초기 역사를 밝힐 중요한 단서로 여겨진다.

어창선 학예연구실장은 "우리나라 무기사를 뒤흔들 유물"이라며 "과거 화약의 힘으로 전투의 새로운 가능성 열어준 무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제작 시기를 좁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1377년과 1437년 중 제작 시기를 하나로 확정하려면 고려 말∼조선 초에 제작된 다른 화약 무기류와 검증해야 하나, 현재 비교할 유물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어 실장은 "황자화통이 발견된 지점은 여전히 접근이 제한되는 구역"이라며 "향후 군 협조를 얻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밀히 조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황자화통이 어떻게 제작됐고, 쓰였는지 등은 향후 실험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연구소는 이달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황자화통을 공개한다. 12월에는 대한민국 국제지상군방위산업전(K-DEX)에서도 유물을 소개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오랜 기간) 접근이 제한돼 있던 금성산에서 황자화통이 발견된 과정이 극적"이라며 "그 역사적 가치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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