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 2026-09-10 17:38:20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얼쑤!", "허이!"
무용수들의 밝은 미소와 흥겨운 추임새 속에 단아한 한국 춤이 가득했던 무대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꿔 묵직하고 현대적인 에너지로 차올랐다.
의도적으로 거칠게 뱉어내는 숨소리와 벌어진 입, 비장하면서도 격렬한 표정을 한 젊은 무용수들이 몸의 역동성을 폭발시키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0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미리 만난 국립무용단의 신작 '더블빌:시나위'는 세대를 넘나드는 두 안무가의 시선을 통해 한국 춤의 세대교체와 흐름의 변화를 극적으로 드러낸 무대였다.
다음 달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시즌 개막작으로 공연하는 '더블빌:시나위'는 전통음악 시나위를 바탕으로 두 안무가가 각기 다른 감각을 풀어낸 공연이다. 더블빌은 두 개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번 신작은 국립무용단 역사상 최초로 무용수들을 세대(1985년생 기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눠 배치하며 전통의 축적된 호흡과 젊은 감각의 대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무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 창작춤의 거장 배정혜(82) 안무가는 2017년 '춘상' 이후 9년 만에 국립무용단과 다시 작업한 '살풀이 生(생)'을 선보인다.
연륜있는 28명의 무용수와 함께 이매방류·한영숙류 살풀이 등 다양한 전통 춤사위를 재해석한다.
배정혜 안무가는 "특별히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살풀이와 교방굿거리 등 전통을 신(新) 전통으로 해석해 폭포수 아래서 신나게 즐기는 장면으로 안무했다"며 "관객들이 즐겁게 보시고 함께 춤추다 나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9년 만의 작업에 대해 "영원히 안 할 줄 알았는데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함께 하겠다고) 허락했다"며 "국립무용단에 와서 옛 단원들을 만나니 안무가 저절로 나오고, 밤새우며 고민하고 안무하는 과정이 즐겁다.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안무하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 지었다.
반면, 배정혜와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주한 배진호(32) 안무가는 국립무용단과의 첫 작업으로 신작 '아라'(AHRA)를 올린다.
신입 단원을 포함한 13명의 젊은 무용수가 참여하는 이 작품은 아리랑의 정서와 시나위의 즉흥성을 강렬한 비트, 전자음, 현대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배정호 안무가는 "국립무용단과의 첫 작업이라는 점, 어렸을 때부터 너무 존경하는 선생님과 나란히 안무를 올린다는 것에 두려움과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다"면서도 "(배정혜)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한국 무용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 역사를 어떻게 잘 전달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작품을 만들기 전 '아리랑'이란 단어에 대해 공부했다"며 "알고 보니 감탄사인데 그 안에 우리나라의 민족성이 아주 진하게 담겨져 있다고 한다. 한(恨)과 애(哀), 두 가지 감정이 도드라지는 '아리랑'의 가사를 오로지 무용수들의 몸으로 시각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연을 지켜본 두 안무가는 서로의 무대에 깊은 감명을 표했다.
배정혜 안무가는 "요즘 유행하는 동작이 아닌 (제가) 처음 보는 동작으로 한을 풀어내는 느낌을 받아 너무 좋았다"고 평했다. 배진호 안무가도 "한국 춤의 가장 본질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에서 시작해 오로지 한국 무용수들이 표현할 수 있는 호흡과 대형의 이동을 보며 감동했다"고 화답했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이번 공연에 대해 "국립무용단은 역사성을 존중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작품을 하다 보니 동시대성을 추구하게 됐다"며 "전통춤을 가장 잘 해석하시는 배정혜 선생님과 표현적 요소가 극단적인 배진호 안무가를 모셔서 춤으로 승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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