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7-26 17:32:08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 특별한 회의에서 우리의 첫 세계유산을 등재했습니다. 부산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갖고 갑니다."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의 본회의장.
서부 아프리카의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 대표단 관계자가 '상투메 프린시페의 로사스: 식민 농업 체계와 강제 이주'의 세계유산 등재 소감을 밝히자 큰 박수가 나왔다.
상투메 프린시페가 2006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상투메 프린시페 대표단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라 모두의 책무가 시작되는 순간"이라며 "우리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투메 프린시페처럼 부산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든 나라에 관심이 쏠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자국의 '세계유산 1호'를 등재한 나라는 상투메 프린시페, 코모로, 남수단 등 아프리카 3개국이다.
상투메 프린시페는 서부 기니만에 있는 상투메섬과 프린시페섬 등 두 개의 주요 섬으로 이뤄진 국가로,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했다.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오른 '상투메 프린시페의 로사스: 식민 농업 체계와 강제 이주'는 19세기 말∼20세기 중반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 역사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커피, 카카오 생산을 중심으로 당시 식민지 농업 체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총 6곳의 유적은 농장을 내려다보는 주인의 저택, 노동자의 숙소, 커피나 카카오를 건조하는 시설, 병원, 교통 시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코모스 측은 "노예 제도에서 강제 노동, 계약 노동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면서도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할 체계를 갖추기까지 등재를 '보류'(Refer)하는 것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세네갈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상투메 프린시페에 힘을 보탰다.
세네갈은 "(역사·문화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유산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하다"며 "(등재하지 않은 채) 서랍 속에 넣어두는 건 옳지 않다"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을 포함한 21개 위원국은 논의를 거쳐 '상투메 프린시페의 로사스: 식민 농업 체계와 강제 이주'를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토고 대표단은 "세계유산 등재 목록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한 단계 진전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하나의 이정표가 될 등재"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긴급 안건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른 '보마-바딩길로 이동 경관'은 이날 위원회 검토를 거쳐 남수단의 첫 세계유산이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이 됐다.
약 1천100만㏊에 걸쳐 있는 '보마-바딩길로 이동 경관'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생동물 이동로로,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자연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뛰어난 가치가 입증되나 적절하게 보호·관리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적 보호 체계 강화, 재원 확보 등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상업적 밀렵이 증가하고 천연자원 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유산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긴급 등재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총 59건으로 늘었다. 올해 위원회에서는 전쟁이나 무력 충돌, 각종 개발 압력에 놓인 유산의 상황이 비중 있게 논의됐다.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 경관' 외에 레바논 '아멜 산성', 팔레스타인 '세바스티아'가 긴급 등재로 세계유산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동시에 올랐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케르소네소스 타우리카 고대 도시와 코라', 수리남의 '파라마리보의 역사 내부 도시', 레바논의 '티레'도 위험 유산으로 분류됐다.
유네스코 측은 "유네스코와 자문기구는 각 유산이 직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 지식과 자문 등 국제적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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