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7-07 17:19:35
美 문서에 담긴 '독도=한국 땅'…수백 상자 뒤져 찾아낸 집념
미국 NARA 소장 미공개 '독도' 기록 찾은 전갑생 성공회대 교수
조사 한 번에 10만장 살펴보기도…78년 지났으나 아직 '2급 비밀'
"'독도 폭격' 연구 관심 가졌으면…관련 영상·사진 발굴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은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보물창고'로 여겨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 시기를 기록한 방대한 자료가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릴랜드주 칼리지파크 안에 있는 NARA 산하 국립공문서관 2관 문서실은 우리 현대사의 빈칸을 메울 자료를 찾으려는 연구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전갑생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그중에서도 '단골'이다. 자료 조사를 시작하면 1∼2달간 매일 출석하며 10만장에 달하는 문서를 보곤 했다.
전 교수가 최근 주목한 자료는 '훈련'(Training, 350.09)과 '조사'(Investigations, 333.5). 두 주제로 묶인 미군 당국의 자료는 1천60개 상자에 달했다.
2023년부터 약 2년간 자료를 들여다본 끝에 발견한 내용은 1948년 6월 8일 독도 폭격 사건 이후 미군이 독도를 '한국의 일부'(a part of Korea)라고 명시한 기밀 보고서였다.
광복 직후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뒷받침해주는 핵심 증거로 여겨진다.
전 교수는 "정부 수립 전후 미군 문서를 체계적으로 훑는 과정에서 확인한 자료"라며 "(NARA 자료 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고 7일 말했다.
서울 영등포 독도체험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전 교수는 "독도와 관련한 단편적인 자료는 많았으나 문서철로 엮인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전 교수가 발굴한 자료는 총 222쪽 분량으로 독도 폭격 사건과 관련한 미군 당국의 조사 보고서, 관련 진술서, 한국 측의 공문 등이 포함돼 있다.
기밀문서로 분류됐다가 '2급 비밀'로 조정된 자료에는 '1947년 9월 리앙쿠르 암이 한국의 일부라는 것이 분명히 확립됐음에도 불구하고'라는 부분이 기록돼 있다.
리앙쿠르 암은 독도를 발견한 포경선 '리앙쿠르'에서 딴 명칭으로, 독도를 뜻한다.
특히 보고서는 독도가 '한국의 일부'라는 점을 '명확히 혹은 분명히 확립'(definitely established)돼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전 교수는 "폭격 사건에 관해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형태"라며 "한국 측이 작성한 자료까지 포함해 문서화했고 지금도 2급 비밀로 유지돼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을) 최고 사령부가 인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전 교수가 처음부터 독도 자료를 발굴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 시기 역사를 주로 연구해 온 그는 제주 4·3과 여수·순천 사건(여순사건)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수백 건의 상자를 검토한 끝에 '보물'을 찾았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니 오랜 시간 동안 자료를 보고, 또 봤네요. (웃음)"
전 교수는 역사지리학을 전공한 김종근 전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장(선임연구위원)에게 자료에 관해 논의했고, 디지털 사진 이미지 모두 재단에 기증했다.
자료를 검토한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실장은 "독도 폭격 사건을 조사·연구하면서 여러 차례 찾고자 했던 기록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 실장은 "미국 스스로 작성한 기밀문서에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기록한 것"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확립된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미국 측 입장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이번 자료가 향후 연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사진 형태로 확보한 디지털 자료는 NARA 소장본의 기밀 등급 체계가 조정되더라도 정확한 출처를 밝히면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독도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독도 폭격과 관련해 그동안 미진했던 연구가 이어지길 바란다"며 "일반인 입장에서도 쉽게 자료의 가치가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은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 2명이 기본"이라며 "향후 독도 폭격과 관련한 영상, 사진 자료를 찾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주에 또 문서실을 갑니다. 못 본 자료도, 앞으로 더 봐야 할 자료도 많습니다. 찾다 보면 독도 관련한 자료가 또 나올 수도 있겠죠."
재단은 전 교수가 기증한 미군 문서의 세부 내용도 조사·연구할 계획이다.
정용상 재단 사무총장은 "이번에 기증받은 자료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사료 발굴이 이뤄질 것"이라며 향후 연구가 활발해지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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