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 페스티벌 가는 한강 소설·이자람 판소리…"문화예술 큰 걸음"

구자하 작품 등 9편 28년 만에 공식 초청…"벽 넘은 기분, 감개무량"
초청언어에 한국어 선정…호드리게스 예술감독 "한국어에 깊은 역사성"

권지현

| 2026-05-21 17:25:53

▲ 2026 아비뇽 페스티벌 초청작가들과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장호 대표, 최석규 예술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비뇽 페스티벌 가는 한강 소설·이자람 판소리…"문화예술 큰 걸음"

구자하 작품 등 9편 28년 만에 공식 초청…"벽 넘은 기분, 감개무량"

초청언어에 한국어 선정…호드리게스 예술감독 "한국어에 깊은 역사성"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예전에 아비뇽 페스티벌 비공식 부문에 참여했을 때 친구와 아비뇽 교황청 담벼락에 앉아 '우리가 공식 초청공연으로 올 수 있을까' 얘기했던 적이 있었어요. 한국의 문화예술이 큰 걸음을 뗀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기대됩니다."(소리꾼 이자람)

"아비뇽이라는 벽은 제가 상상도 못 했던, 넘어갈 수 없는 벽이었어요. 이렇게 세계 페스티벌 중심에 서게 돼 감개무량합니다."(안무가 허성임)

세계적인 공연 예술 축제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은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놀라움과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오는 7월 아비뇽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전체 공연 작품의 20%에 해당하는 9개 공연이 우리나라 작품으로 채워진다. 한국 작품 공식 초청은 28년 만이다. 페스티벌 공식 초청언어(Guest Language)로 한국어가 채택된 것도 아시아 언어로는 처음이다.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파트너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1일 서울 아트코리아랩에서 작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초청작을 소개했다.

초청작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새' 낭독회가 포함됐다. 이 작품은 주 무대인 아비뇽 교황청 극장에서 진행된다.

또한 '연극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입센상을 받은 구자하 작가는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 세 편을 무대에 올린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경성의 '섬 이야기', 제주 해녀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이진엽의 '물질', 허성임 안무가의 '1도씨', 전통예술 기반 창작단체 리퀴드사운드의 공연 '긴:연희해체프로젝트Ⅰ',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공연 '눈, 눈, 눈'도 페스티벌 관객과 만난다.

이번 성과는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티아고 호드리게스가 2023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방문했을 당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조명하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페스티벌을 총괄하는 호드리게스 감독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을 비롯한 한국 도시를 방문하며 공연예술의 풍성함과 강렬한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어에 깊은 역사성과 동시에 역동적인 동시대 창작의 흐름이 공존한다고 생각했다"고 초청언어와 초청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국 공연예술은 전통과 혁신, 과거와 현재, 역사와 미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며 "지금 한국 사회와 예술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줄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초청작도 선정됐다. '섬 이야기'의 이경성 연출은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학살과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것을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우리 공동체가 4·3사건 이후 많은 것을 견디며 회복을 이뤄낸 저력을 보여준 과정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초청작에 대사를 곁들인 대규모 정통 연극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페스티벌 기획을 지원한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은 "규모 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한국 미학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며 "텍스트를 토대로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경향의 연극으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도 "한국어 기반 공연 예술의 창조성·다양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 예술가들의 뛰어난 역량이 의미 있게 평가받고 있다"며 "해외 주요 예술제와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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