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주고받은 경쾌한 대화…이혁·이효 형제 '환상 호흡'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지휘자 요엘 레비와 7년 만에 말러 교향곡 연주

권지현

| 2026-05-29 16:49:52

▲ KBS교향악단 제826회 정기연주회 '운명의 타격' [KBS교향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BS교향악단 제826회 정기연주회 '운명의 타격' [KBS교향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BS교향악단 제826회 정기연주회 '운명의 타격' [KBS교향악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피아노로 주고받은 경쾌한 대화…이혁·이효 형제 '환상 호흡'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지휘자 요엘 레비와 7년 만에 말러 교향곡 연주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형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두 대의 피아노가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듯 선율을 주고받았다. 섬세한 감성으로 몰입하는 형과 리듬을 타며 타건하는 동생은 서로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하모니를 이뤘다.

지난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제826회 정기연주회 '운명의 타격'에서는 깊은 음악적 교감을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는 이혁·이효 형제의 개성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공연은 예고 당시부터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세계 3대 클래식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콩쿠르에 나란히 3차 본선까지 진출한 이혁·이효 형제가 협연하는 데다 이 악단의 제8대 음악감독이었던 요엘 레비가 '말러 교향곡 제6번'을 7년 만에 지휘해서다.

기대에 부응하듯 1부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에선 엇갈리듯 배치한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형제의 '케미'(호흡)가 돋보였다.

이혁은 건반에 집중하듯 몸을 구부려 빠르게 변하는 경쾌한 음정을 정갈하면서도 유려하게 표현했다. 이효는 전신으로 박자를 타며 끝 음을 튕기듯 쳐내는 데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간간이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미소 짓는 등 즐기듯 연주하는 모습은 청중에게도 즐거운 에너지를 전달했다.

피아노 협연이 끝나자 이혁은 객석을 향해 감사하다고 소리치며 앙코르 곡명을 이야기하고, 츠파스만의 '눈꽃(Snowflakes)'을 이효와 함께 연주했다. 경쾌한 무대 매너와 발랄하게 연주를 마무리하는 재즈 스타일의 앙코르곡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말러 교향곡 제6번은 여러 가지 독특함과 곡에 얽힌 이야기로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훗날 붙여진 '비극적'이라는 부제답게 타악기를 활용한 비장한 울림이 특징인데, 4악장에는 나무망치가 등장한다. 말러는 장렬한 투쟁을 연상시키는 4악장에서 감정을 극적으로 고조시키기 위해 거대한 나무망치로 나무 상자를 내리치는 타격음을 삽입했다.

말러는 초연 이후 공연 구성을 계속 바꿨다. 현대에 와서는 이 나무망치를 언제 몇 번 내려치느냐와 2악장 '스케르초'·3악장 '안단테'의 순서를 어떻게 배치하는지가 공연마다 다르다. 이번 연주회에선 스케르초를 먼저 연주하고 4악장에서 나무망치 타격이 2번 들어갔다.

공연은 '운명의 타격'이란 제목에 걸맞게 80여분, 총 4악장이란 긴 시간 동안 격동적으로 오르내리는 장대한 선율로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다채로운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심벌즈가 날카로운 진동을, 팀파니가 웅장한 떨림을 내는 와중에 들리는 트라이앵글과 실로폰의 청아한 소리가 독특했다.

무대 밖에서 연주되는 타악기 카우벨도 인상적이었다. 소의 목에 다는 방울 소리 같은 딸랑거림을 아련하게 내며 전원의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말러가 악보에 '정말로 가축들이 들에서 풀을 뜯는 듯한 느낌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 소리다.

곡은 하이라이트인 4악장의 나무망치 타격과 함께 트럼펫·호른 등 관악기가 고조되는 연주로 끝을 맺었다.

'작곡가의 의도에 맞는 연주'를 강조하며 악보 정박에 맞춘 지휘를 보여주는 요엘 레비는 원곡의 드라마틱함을 살리면서도 휘몰아침과 고요함을 적절히 조절해 긴장감을 줬다.

KBS교향악단의 다음 정기연주회는 다음 달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에그먼트 서곡,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등을 선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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