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보는 시선 바꾸고 싶어"…제천영화제 개막작 '콩고 보이'

파리알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똑같은 인간으로서 희망 노래"
장항준 집행위원장 "음악 통해 찾는 삶의 의지…보석 같은 영화"

정래원

| 2026-09-03 17:26:15

▲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콩고 보이' 기자회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콩고 보이' 속 한 장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콩고 보이' 포스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천=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콩고 보이'를 만드는 일은 어쩌면 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우리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음악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콩고 보이'를 연출한 라피키 파리알라 감독은 3일 제천문화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연출한 배경과 기획 의도 등을 설명했다.

'콩고 보이'는 콩고 내전을 피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한 난민 소년 로베르(브래들리 피오모나 댐배세 분)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 뮤지션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로도 뮤지션이자 난민 신분인 파리알라 감독은 음악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콩고 보이'를 만들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모두 파리알라 감독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들이고, 주인공 로베르가 민병대원이 쏜 총에 맞는 장면부터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장면까지 모두 자전적인 에피소드라고 한다.

파리알라 감독은 "제 다리에는 지금도 총알의 흔적이 남아 있고, 총소리 비슷한 것이 들리면 여전히 놀라고 두려움을 느낀다"며 "영화 속 모든 장면이 제가 겪은 이야기라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관객들이) 난민이라고 해서 막연히 불행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인간으로서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점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사람들이 난민들을 볼 때 '늘 무언가를 구걸하는 사람들'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아프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영화를 통해 그런 시선을 바꾸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극 중 로베르는 수감된 부모님 대신 동생들을 돌보며 학교도 다니고, 세차부터 액세서리 장사, 물장수 등 돈 되는 것들은 다 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척에서 총소리가 들려 오는 불안정한 상황인 데다 콩고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갖가지 차별도 겪는다.

하지만 영화는 로베르의 현실을 어둡고 절망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로베르는 노동요이자 기도이자 자장가 같은 존재인 음악을 통해 온몸으로 숨 쉴 구멍을 찾는다.

장항준 집행위원장은 "척박하고 비극적 환경에 놓은 소년과 동생들의 이야기는 우리 입장에서는 비참한 이야기고 어두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삶의 의지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왜 인간에게 음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보석 같은 작품"이라며 개막작 선정 배경을 밝혔다.

'콩고 보이'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먼저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났다. 로베르 역의 배우 브래들리 피오모나 댐배세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파리알라 감독은 "난민 신분으로서 영화제 참여를 위해 여행 허가를 받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며 "새로운 곳에 정착해서 잘살고 있더라도, 난민들은 이렇게 무언가를 해야 하는 순간에 늘 다른 사람들과 처지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그럼에도 저는 무엇을 해달라고 구걸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스스로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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