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넘게 투입한 속초 영랑호 부교 철거 수순…예산 낭비 도마

시의회 철거비 7억원 의결…개통 5년 만에 철거 절차 본격 추진

류호준

| 2026-09-01 17:22:32

▲ 속초 영랑호 부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속초 영랑호 부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영랑호 부교 개통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강원 속초시가 20억원을 넘게 투입해 설치한 영랑호 부교가 5년 만에 철거 수순을 밟게 됐다.

1일 속초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전날 제35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영랑호 부교 철거비 7억원이 포함된 2026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1월 개통한 영랑호 부교는 설치 5년 만에 철거를 위한 후속 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앞서 시는 낙후된 북부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약 22억3천만원을 들여 영랑호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이 400m 규모의 부교를 조성했다.

당초 설치에 26억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는 실제 사업비가 약 22억3천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철거비 산정을 위해 '영랑호 부교 철거 공법 및 사업비 산정 용역' 예산 3천만원도 별도 투입했다.

부교는 설치 초기부터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환경단체 등은 영랑호 생태계 훼손과 사업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겨울철 부교를 경계로 한쪽 수역은 얼고 다른 쪽은 얼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자 부교가 호수 표층수의 흐름을 막아 결빙 차이를 일으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부교 설치 이전에도 영랑호 서쪽 상류 수역은 겨울철마다 얼어 부교 때문에 결빙 차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환경단체 등은 결국 부교 설치 과정의 절차적 하자와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사업 무효를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이후 부교 철거 여부를 놓고 협의를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법원의 강제조정을 통해 2024년 7월 철거가 결정됐다.

하지만 법원이 구체적인 철거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서 실제 철거 절차는 지연됐다.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추진한 공청회도 패널 부족 등의 이유로 취소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시의회는 이번 예산 심사 과정에서 부교 철거를 놓고 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으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철거 예산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부교 철거 이후 영랑호 생태계 전반에 대한 환경 조사를 다시 실시하고, 부교가 관광 명소이자 통행로 역할을 해온 점을 고려해 환경에 무해한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시에 주문했다.

철거 예산 통과에 지역 환경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속한 부교 철거를 촉구해 온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사람들'은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환경 보존을 위해 행동해 온 시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역사적 결정"이라며 "영랑호의 생태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영랑호녹지공원을염원하는사람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2021년 설치 이후 논란과 갈등이 이어져 온 영랑호 부교를 철거하고 영랑호의 생태적 가치를 회복해 나가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시는 철거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하는 등 부교 철거를 위한 후속 절차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20억원 넘게 투입해 조성한 관광시설이 설치 5년 만에 철거를 앞두면서 사업 추진의 타당성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을 둘러싼 지역사회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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