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공간·시간 사이의 '거리' 탐구…아시아 작가 4인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거리의 윤리'展…김주리·케이 이마즈 등 참여

박의래

| 2026-02-24 17:20:55

▲ '거리의 윤리' 전시 전경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 전시 된 김주리 작가의 조형 작품 '모습'(某濕).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주리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김주리 작가가 24일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2.24. laecorp@yna.co.kr
▲ 케이 이마즈 작 '화로와 난파'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 전시 된 케이 이마즈 작 '화로와 난파'. 2026.2.24. laecorp@yna.co.kr
▲ '거리의 윤리' 전시 전경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 전시 된 마리아 타니구치 작가의 작품들.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거리의 윤리' 전시 전경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 전시 된 임노식 작가의 작품들.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타데우스 로팍 서울 '거리의 윤리' 참여 작가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단체전 '거리의 윤리'에 참여한 (왼쪽부터) 임노식, 케이 이마즈, 김주리, 마리아 타니구치가 24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4. laecorp@yna.co.kr

사람·공간·시간 사이의 '거리' 탐구…아시아 작가 4인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거리의 윤리'展…김주리·케이 이마즈 등 참여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작품, 작품과 공간, 과거와 현재 사이의 '거리'를 주제로 한 아시아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24일 개막한 단체전 '거리의 윤리'(Distancing)는 김주리(46), 케이 이마즈(46), 마리아 타니구치(45), 임노식(37) 등 한국·일본·필리핀 출신 작가 4인의 신작을 선보인다.

네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거리'를 탐구하며 관람객이 작품과 맺는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흙과 물의 만남을 소재로 작업해온 김주리는 전시에서 흙이 물을 만나 뭉쳤다가 다시 균열하고 흩어지는 순환을 다뤘다.

전시장 한 가운데 놓인 작품 '모습'(某濕)은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는 흙덩어리다. 작품명은 생긴 모양이란 의미의 '모습'이자 젖은 물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작품 속 물은 전시 기간 증발하기도 하고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기도 하며 조금씩 변화한다. '모습'은 전시 공간에 맞게 매번 새로 설치되고, 전시가 끝나면 해체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주리는 "대학에 다닐 때 점토가 물에 들어가 흙 입자로 바뀌며 해체되는 것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흙과 물의 결합과 해체를 보며 생명의 순환을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출신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이마즈는 서로 다른 시대의 상징을 한 화면에 담아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도록 했다.

2026년 작 '화로와 난파'는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 내 부조 조각과 난파선을 그린 작품이다. 화면 상단에 그려진 여성은 화로에 나무를 넣고 있는 모습이다. 그 아래 난파선은 태평양 전쟁 당시 침몰한 일본 군함이다.

이마즈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경험한 인도네시아 여성과, 전쟁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패전국이 된 일본군의 군함을 한 화면에 함께 배치한 작품"이라며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잘못을 그림에 담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일본인들은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제 작품을 보고 이런 일이 있었느냐며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타니구치는 반복과 노동의 축적을 통해 화면에 시간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선보였다.

일명 '벽돌 회화'로 불리는 작품들은 타니구치가 2008년부터 계속하고 있는 연작이다.

벽돌로 벽을 쌓은 것처럼 캔버스 안에 벽돌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멀리서 보면 똑같은 벽돌이 차곡차곡 쌓인 동일한 패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모든 벽돌이 조금씩 다르다.

타니구치는 "연필로 스케치하고 작은 붓으로 색칠하는 아주 단순한 작업의 반복"이라며 "명상적, 자기 성찰적 작품이라기보다 누적되는 시간을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한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임노식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기류와 변화의 관계를 포착하는 작업을 한다.

경기도 여주에서 작업하는 그는 논바닥이나 노동자, 들꽃 등 눈에 보이는 농촌 이미지를 포착해 캔버스에 정밀하게 그린다. 그 뒤 오일 파스텔로 투명한 층을 덧입혀 희미하게 만든다.

임노식은 "농촌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캔버스 위에 올린다"며 "투명 파스텔의 막은 화면 안에 있는 이미지가 시간과 문화, 경험이 서로 얽히며 작동하도록 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해나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전시 팀장은 "관람객이 초점을 맞추듯 작품과의 거리를 스스로 조정하며 바라보길 제안한다"며 "작품을 해독하기보다 오래 바라보며 머무는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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