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 2026-09-21 17:16:27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멋지지 않아도, 좀 구질구질하더라도 이끼처럼 이 세상에 잘 붙어서 살아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천선란 작가)
초연을 앞둔 뮤지컬 '이끼숲'의 원작 작가 천선란은 작품의 주제 의식과 제목의 의미를 이렇게 연결 지었다.
다음 달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백암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이끼숲'은 2023년 출간된 그의 동명 SF(과학소설) 연작을 각색했다.
작중 인물의 직업 등은 원작과 조금씩 달라졌지만, 기후 위기로 지상 세계가 멸망한 미래에 인류가 깊은 땅속 계획도시에서 통제당하며 살아간다는 소설의 큰 줄거리를 따라간다.
언젠가 인공 별이 아닌 진짜 별을 보고 싶다는 희망과 꿈을 안고 지하에서 살아가던 청년 '마르코'와 '소마' 일행이 동료 '유오'의 사망을 계기로 도시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렸다.
뮤지컬 '매드해터'에 참여했던 오루피나가 연출을, 리카C가 작곡을 맡았다. 배우 송유택·전혜주·이주순 등이 암울한 지하 세계에서 살아가는 청춘을 연기한다.
천선란은 21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출간 당시 밝혔듯이 작품은 누군가를 '구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은 3편의 연작으로 이뤄져 있는데 마지막 '이끼숲'은 지하 도시에서 통제당하며 살던 친구를 구하는 내용이거든요. 작품은 '우리 나름의 방식대로 각자 잘살아 보자'는 이야기를 하며 제 주변의 친구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천선란)
그는 "'다 함께 열심히 하자, 우리 모두 행복하자'는 피상적인 얘기보다 '어떻게든 한번 버텨서 살아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데 그런 점이 요즘 청년들에게 와닿은 것 같다"고 했다.
오루피나 연출도 "각자 치열하고 힘들게 사는 세상이지만, 상처와 고통을 버텨야 다음 단계에 뭐가 있는지 볼 수 있지 않나"라며 "혼자가 아니라 주변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지금의 힘든 현실에서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설명처럼 뮤지컬 '이끼숲'에서도 암울한 디스토피아 속 인물들의 연대가 부각될 예정이다. 작품 속 마르코와 소마 등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함께 지하 도시에서 탈출하기 위해 서로 희생한다.
오루피나 연출은 "무대 연출에서는 삭막한 현실과 서로의 꿈을 위하는 인물들의 따뜻한 마음을 대비시키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 속 모험은 상상 속에서 조금 더 외롭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 무대에선 이들의 마음이 함께 있다는 암시를 주기 위해 떨어져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식으로 연출했다"고 부연했다.
천선란은 이러한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난 장면으로 인물들이 단체로 뮤지컬 넘버 '별 헤는 밤'을 부르는 부분을 꼽았다. 소설 속에서 친구들이 모여 앉아 인공 별자리를 구경하는 대목을 표현한 노래다.
천선란은 "친구들이 모여 앉아 '언젠가 진짜 별을 바라볼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라며 "대본 리딩 때 들었는데 디스토피아라는 우울한 세계관에서 다 같이 합창하는 부분이 밝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뮤지컬의 정체성이 될 만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마르코 역의 배우 송유택은 "통제와 규율을 따라가며 무난하게 살고 있던 마르코가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스스로와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용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며 "친구와 했던 약속을 지키려는 인물의 의지를 부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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