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5-13 17:17:46
자음·모음 딱지 맞추고, 원형 판 돌리고…놀이로 바라본 한글
국립한글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전시
교재 등 말글 놀이 자료 259점 소개…'자마춤딱지' 복원품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장마다 한글의 자모 한 자씩 크게 쓰고, 그 자모로 첫소리가 된 말 한 개씩 그림과 함께 그 밑에 달았으며…."
1938년 처음 출간된 '자마춤딱지 노는 법'.
총 46쪽의 책에 담긴 설명이 진지하다. 자음과 모음이 적힌 딱지를 맞춰 글자를 만들거나 낱말과 문장을 완성하며 놀 수 있는데 그 종류가 33가지나 된다.
글자를 쉽고 재밌게 익히도록 국어학자 정인승(1897∼1986)이 고안한 것이다. 한글 공부와 카드놀이를 합친 첫 사례로 여겨지나, 실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래전 기록으로 남은 '자마춤딱지'가 박물관에서 되살아났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이 '가갸날'(1926∼1927년 한글날을 가리키던 이름) 100주년을 맞아 13일 개막한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 전시에서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말글 놀이와 관련한 문헌과 교재, 신문, 잡지 등 58건 259점을 모았다.
한글이 문자의 기능을 넘어 훌륭한 놀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전시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우리가 가진 '가장 자유로운 놀이'로서의 한글을 마주하고, 한글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에서는 '십자말풀이', '끝말잇기' 외에 다양한 한글 놀이를 마주할 수 있다.
1950년대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문틀'은 크기가 다른 원형 판 4장을 포개어 중심을 고정한 뒤, 각 판을 돌려 글자를 만드는 교구다.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쓰는 한글의 원리가 담긴 교재인 셈이다.
각 자모가 들어간 단어와 그림, 구구단, 국경일 등의 정보도 실려 있어 교육 효과도 더했다. 전시에서는 최신 버전의 '정문틀'을 직접 돌려볼 수 있다.
가위로 점선을 따라 자르면 9개의 낱말 카드가 되는 1953년 '재미나는 한글 공부 놀이', 놀이판 형태의 '조선문연습상도'(朝鮮文練習上圖) 등도 눈길을 끈다.
"이 놀이가 사회적으로 유행하게 되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기를 바란다."('조선문연습상도' 놀이판 밖에 적힌 글)
88년 전 쓰인 한글 놀이 카드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박물관은 1930년대 기록과 신문, 잡지를 토대로 '자마춤딱지'를 복원했고,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표시한 딱지를 관람객에 선보인다.
다양한 한글 자료에 담긴 재미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가곡 노랫말 책으로 알려진 보물 '청구영언'(靑丘永言) 속 황진이(생몰년 미상)의 시조는 동음이의어를 잘 살린 사례로 소개된다.
'청산리 벽계수야 쉬이 감을 자랑 마라'로 시작하는 시조에는 '명월'(明月)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밝은 달'이라는 뜻이자 황진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전시는 디지털 화면에서 펼쳐지는 한글의 '변화'도 주목한다.
한글을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대체하거나 뒤집어서 쓰는 '야민정음',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등 오늘날 말글 놀이 현상도 짚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다채로운 자료와 함께 만지고, 듣고, 쓰고, 말하는 체험을 하며 한글의 구조 위에 펼쳐진 놀이 세상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