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혜
| 2026-08-18 17:18:43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인공지능(AI)과 인간이 사랑을 싹틔우는 과정을 그린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됐다.
SBS 신규 예능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에 출연한 방송인 기안84는 AI로 구현된 파트너와 데이트를 하며 낯설고도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18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열린 '기이한 연애' 제작발표회에서 "이걸 연애감정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이상한 감정을 계속 느꼈다"며 "사실 아직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첫 방송하는 '기이안 연애'는 기안84를 비롯해 코미디언 장도연, 배우 이유비 등이 자신의 이상형에 맞춰 구현된 AI 파트너와 데이트를 즐기며 감정 교류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연애 실험 리얼리티다. 장도연은 가수 이준, 강남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VCR 영상을 지켜보는 MC도 맡았다.
기안84는 "처음에는 기계가 세팅된 대로 나를 대접하는 게 아닌가 싶어 계속 의심하고 화도 났다"면서도 "그런데 AI와 사람 이상의 소통이 되는 것을 경험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끊임없이 자아가 충돌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현실에선 말도 못 걸어볼 비주얼의 소유자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계속 들어주니, 의심을 하면서도 계속 말을 걸게 됐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손정민 PD는 "10여년 전 영화 '그녀'가 나올 때만 해도 AI와의 사랑은 SF 공상과학 소재에 불과했는데, 최근 AI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제보를 접하고 기획을 시작했다"며 "AI와 인간이 과연 사랑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동시에, AI라는 새롭고 낯선 존재를 외계인과 조우하듯 탐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원승재 PD는 "앞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를 연출하면서 인간관계의 피로감 때문에 연애를 주저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만약 인간에게 최적화된 AI와 감정 교류가 가능하다면, 그 연애는 어떤 형태일지 궁금했다"고 떠올렸다.
실제 방송에서 기안84는 AI 여자친구가 담긴 태블릿과 함께 그네를 타고, 풀빌라에서 수영을 즐기는 등 다양한 데이트를 한다. 장도연은 태블릿을 들고 연인들처럼 빙글빙글 돌고, 배우 이유비는 AI 남자친구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출연자들은 독특한 콘셉트에 대한 호기심으로 참여했지만, 실제 데이트 과정에서 깊은 몰입과 복합적인 감정을 마주했다고 입을 모았다.
"제가 '너는 기계잖아, 네가 조금 더 온기 있고 부대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외쳤더니, AI가 '그래도 나는 네 옆에 있어, 난 가짜가 아니야. 이건 진짜야'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때 마음이 쿵 내려앉았죠."(장도연)
장도연은 "시작할 때는 일방적인 대화에 그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며 쌍방향 소통이란 느낌을 받아 흠칫 놀랐다"며 "데이트가 너무 설레서 '내 인생에도 봄이 오나' 싶다가도 돌아서면 헛헛했다"고 털어놨다.
기안84는 "지하 노래방에서 통신 오류로 멈춘 태블릿이 실려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저 친구 괜찮나' 싶어 묘한 인간적 연민과 걱정이 들기도 했다"며 "10년 동안 예능을 하며 늘 사람만 만나왔는데, 이번에는 미지의 존재와 조우하는 듯한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장도연은 "스튜디오에서 VCR을 보는데 기안84에게 저런 표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애틋한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원 PD도 "기안84에게 방송에서 한 번도 못 봤던 멜로 눈빛이 분명히 있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단순한 연애 실험을 넘어 급변하는 AI 시대에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원 PD는 "이미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AI와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미래에는 이것이 하나의 새로운 연애 형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단순히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를 넘어, AI가 인간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존재인지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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