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 2022-04-12 17:14:48
박보균 후보자, 기자 시절 칼럼에 이목 집중…"편향성 우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재평가 필요성 주장…우호적 시각도
일본에는 "반일·친일 말고 지일(知日)"…"핵무기 개발"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박상현 기자 = 언론인 출신인 박보균(68)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중앙일보 기자 시절 쓴 칼럼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관과 역사관의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특유의 단문으로 쓴 신문 칼럼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일부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면서 우호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또 핵무기를 통한 안보 균형을 현실적이라 봤고, 일본과 관련해서는 반일(反日)이 아닌 지일(知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 "5·16은 근대화 혁명의 시작"…"전두환 재산 29만원, 혐오의 압축"
박 후보자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을 부각하는 칼럼을 여러 차례 썼다.
'역사는 통합의 무기다'란 칼럼에선 "5·16은 산업화의 상징이다. 박정희는 역대 대통령 중 여론 평가에서 1위"라며 " 5·16은 쿠데타로 시작했지만 근대화 혁명의 시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의 삶은 장엄한 드라마"라고 시작한 '권력의 역사의식'이란 칼럼에선 "이승만의 공적은 선명하다"며 반일 독립 투쟁, 건국 등을 들었다. 과(過)도 뚜렷하지만 "공(功)이 과를 압도한다"거나, "4·19 주역들은 이승만을 역사의 족쇄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더십 상상력의 위기'란 글에서는 "광화문광장에 건국의 이승만, 근대화의 박정희, 경제의 이병철·정주영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는 JP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2019년 3월 'DJ 집권 시절이 좋았다'란 칼럼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천205억원을 선고받을 당시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알려진 데 대해 "조롱받기는 수난의 형태다. 재산 29만원은 혐오의 압축"이라고 썼다. 이순자 씨가 2017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소액이라도 정확히 기입한 것이었는데 조롱하는 상징이 됐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전 씨에 대해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라며 "'수호지의 양산박' 느낌이 풍긴다"고 적거나, '돈 벌기 투쟁, 민주화 투쟁만큼 힘들다'란 칼럼에선 586세대(옛 386)는 취업 걱정이 없었다면서 "그것은 전두환 시대의 경제 호황 덕분"이라고 했다.
이들이 역사교과서에서 재평가돼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역사 내전 드라마'란 글에서 "한국 현대사의 주연은 이승만과 박정희"라며 "(교과서 속에) 두 전직 대통령의 행적은 어둡고 초라하다. 교과서 대부분이 좌편향 역사관으로 꾸며졌다"고 주장했다.
'역사는 통합의 무기다'에서 노무현 정부와 관련해 "(그 시절 정권 주도세력은) 현대사를 재해석, 재구성했다"며 "그들은 그 업적에 교묘하고 치명적 상처를 냈다"고 했다. "그 세력 중 일부는 종북좌파 출신이었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집권세력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 "핵무기 개발" 강조…"반일·친일 말고 지일(知日)"
박 후보자는 "절대 반지"라며 핵무기의 중요성과 필요성도 자주 언급했다.
저서 '결정적 순간들' 출간 당시인 2020년 1월 '월간 중앙' 인터뷰에서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어야 하나'란 물음에 "핵은 절대무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보유하느냐를 떠나 "한국은 핵무기 개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그것은 자주국방 결단의 정점이었다"(칼럼 '박정희, 김일성 눌렀다…'마법의 북핵'으로 남북 경쟁 재개')고 평가했다.
'판문점에서 세 나라 정상의 '상상력' 충돌'이란 글에서는 남북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소외됐다며 "그것은 핵무기 없는 나라의 비애다. 그런 상황 속 지도자의 한계"라고 적었다.
박 후보자는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관한 글도 지속해서 쓰면서 일본을 상대하는 자세로 '반일' 혹은 '친일'이 아닌 '지일'과 '용일'(用日)을 제안했다. 북한의 안보 위협과 중국의 부상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관계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쓴 '일본은 있다'에서는 일본이 한국에 역사적 자극제였고 성공을 촉발한 요인이라고 한 뒤 "일본은 우리 동반자다. 양국 서로가 미래를 위한 자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집권하면서 한일 역사 갈등이 심화했을 때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역사 문제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지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퇴행은 집요하다. 그의 왜곡 자세는 완강하다. 동북아 질서 변화는 일본 알기의 깊이를 요구한다. 일본 정보 축적의 열정을 다듬어야 한다"(2014년 10월 칼럼)
2015년 6월 칼럼에서는 박근혜 정부에 '용일 전략'을 주문하면서 "한국은 아베의 역사관에 익숙해야 한다. 지피지기가 국익을 보장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2019년 5월과 8월 칼럼을 통해 험악해진 한일 관계 회복과 '친일과 반일의 선동적 나눔' 중단을 요구하면서 "지일파 시대가 열려야 한다. 지피지기는 투지와 지혜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한 박 후보자의 이력이나 칼럼 내용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전문성 부족과 편향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 후보자의 지명과 관련해 "눈과 귀를 의심했다. 문화예술체육관광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이 분이 쓴 칼럼들은 문재인 정부의 역사관, 행정도시 이전, 외교관계, 남북관계, 경제 등 모든 분야를 자신만의 언어로 비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두둔하는 칼럼, 권력에 역사·문화계 개입 요구 등도 지적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일본 관련 칼럼 내용도 문제 삼았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정치부 기자를 주로 했고 편향성이 대단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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