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둘 한대수의 라이브…"고통이 음악을 만들게 하더라"

TBS FM '함춘호의 포크송' 언택트 공개방송…최근 마지막 앨범 발표

김효정

| 2020-11-19 17:09:46

▲ TBS FM 함춘호의 포크송 '한대수 스페셜' 출연한 한대수 [TBS 제공]
▲ TBS FM 함춘호의 포크송 '한대수 스페셜' 언택트 공개방송 [TBS 제공]
▲ TBS FM 함춘호의 포크송 '한대수 스페셜' 출연한 한대수 [TBS 제공]
▲ TBS FM 함춘호의 포크송 '한대수 스페셜' 출연한 한대수 [TBS 제공]

일흔둘 한대수의 라이브…"고통이 음악을 만들게 하더라"

TBS FM '함춘호의 포크송' 언택트 공개방송…최근 마지막 앨범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TBS 12층 라디오 공개홀. 한대수(72)가 무대에 서서 '하루 아침' 곡조를 읊었다. "방문을 열고 보니 반겨주는 개미 셋, 안녕하세요 한 사장 / 그간 오래간만이요 하고 인사를 하네 /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20대에 썼던 노래를 일흔둘이 되어 부르는 포크록 거장의 목소리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노래하시는 목소리가 세월이 지날수록 탄탄해지는 것 같아요."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감탄했다.

가수 김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며 "저도 한대수 선배님처럼 시간이 흐르고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무대는 국내 첫 포크 음악 전문 프로그램인 TBS FM(95.1㎒) '함춘호의 포크송' 한대수 특집 방송. 한대수가 게스트로 참석해 지난 14일 발표한 15집 '하늘 위로 구름 따라' 수록곡들을 소개하고 '행복의 나라로'와 '하루 아침' 두 명곡은 직접 라이브도 선사했다.

'언택트' 공개방송 형태로 이날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됐다. 라디오로는 22일 오전 7시 본방송에서 2시간으로 확대 편성돼 청취자들을 찾아간다.

'하늘 위로 구름 따라'는 한대수의 반세기 음악 인생에서 마지막 앨범이다. 이번 앨범 녹음을 위해 뉴욕에서 한국으로 날아왔다.

그는 "장수하시는 록 대가가 몇 명 안 된다. 록스타는 대부분 '하늘 위로 구름 따라' 일찍 돌아가신다"며 "저도 거기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로큰롤은 오래 살기 힘들구나" 하면서 쩌렁쩌렁 웃었다.

뉴욕의 혹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를 경험한 한대수는 첫 곡부터 인간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성찰한다. '페인 페인 페인'(Pain Pain Pain)이다. "'페인'(고통)을 하나의 사람으로 봤죠. 당신은 나를 항상 배반하고 항상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페인 페인 페인'이 흘러나오자 후배 가수들은 "멋이 흘러넘치는 것 같다"(정인), "너무 세련되고 에너지가 넘쳐서 요즘 음악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다"(김필)며 찬사를 쏟아냈다.

앨범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신곡이 담겼다. 서울에서 2주간 격리하면서 쓴 '멕시칸 와이프', 돈이 없으면 사랑도 없는 현실을 풍자한 '머니 허니'(Money Honey), 세태가 익살스럽게 담긴 '마스크를 쓰세요' 등을 들으면 마지막 앨범이라는 대가의 공언에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DJ 함춘호는 "아직도 창작의 끝없는 저장고가 선배님 마음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는 김필, 정인, 두번째달 등 후배 음악인들도 참여해 한대수에게 연주와 노래를 헌정했다. 김필이 '바람과 나'를, 두번째달이 '물 좀 주소'를 선보였고 정인은 '행복의 나라로'를 불렀다.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함춘호는 진행자석에서 여러 차례 무대로 나와 직접 기타를 잡았다. 한대수의 '사랑인지'를 연주로 들려준 그는 "쓸쓸하게 독백하는 듯한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가사가 제 손끝에 들어오더라"고 말했다.

팬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은지 함춘호가 묻자 한대수는 "고통이 저를 음악을 만들게 만들더라"고 답했다. "제일 음악이 잘 나올 때는 고통받을 때다. 말하자면 작곡 안 하는 게 좋다"면서도 또 이내 '크하하하'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고통과 창작은 둘이 아닌 하나임을 삶으로 써 내려간 거장. 그런 그에게도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고픈 순간은 아직 남아있다.

"한반도가 평화롭게 사는, 꼭 통일이라는 낱말보다는 서로 교류하고 평화롭게 서로 나눌 수 있는 때를 말하는 거죠. 그야말로 행복의 나라로 우리들 다같이 가서 불러야죠. 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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