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덕
| 2023-04-10 15:19:55
'철거 위기' 대전부청사 보존 가닥…"문화재적 가치 더 커질 것"
이장우 시장 확대간부회의서 "다양한 방법 강구" 주문
감정평가·중앙투자심사 등 거쳐 내년 본예산에 매입비용 반영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김준범 기자 =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옛 대전부청사를 대전시가 매입해 보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옛 대전부청사의 문화재적 가치를 현재 판단하기 어렵지만, 50년 이상 세월이 더 흐르면 근대건축물로서 가치를 지닐 것"이라며 "훼손하는 것은 문제인 만큼 충분히 검토해서 다양한 (보존)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중구 은행동에 있는 옛 대전부청사의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감정평가가 머지않아 시작될 예정이다.
대전시와 건물 소유주가 각각 감정평가를 진행한 뒤 두 평가액을 평균해 매입 가격이 정해진다.
대전시는 옛 대전부청사가 35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입 비용이 300억원을 넘으면 그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행정안전부 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최소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심사를 통과하면 대전시는 매입 비용을 내년 본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비용이 얼토당토않지 않다면 매입해 공공기관 청사로 활용케 할 생각"이라며 "방위사업청을 비롯해 대전으로 이전할 기관에 공간을 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 대전부청사는 대전이 1935년 읍에서 부로 승격한 뒤 1938년 건립한 청사다. 1959년 대전시청(1949년 대전부에서 대전시로 변경)이 대흥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1층은 부(시)청, 2층은 상공회의소, 3층은 공회당 등으로 사용됐다.
대전시가 지난해 추진한 '옛 대전부청사 보존 및 활용방안' 연구용역에서는 지역의 정체성과 특색을 내재하고 있으며,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 건축물로서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용역을 수행한 목원대 산학협력단은 옛 대전부청사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직후 재건기를 거쳐 산업화 시기에 이르는 대전의 변화상을 잘 보여주고, 건축 자산 관점에서도 경관·예술·사회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2020년 공매로 이 건물을 사들인 주거용 건물 개발·업체는 이듬해 주상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개발계획을 자치구 등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2021년 8월부터 옛 대전부청사 매입을 검토 중이라며 개발계획 심의를 보류했는데, 1년여에 걸쳐 수십차례 협의를 진행한 도시주택국과 문화관광국은 매입 결정을 서로 미루기만 거듭했다.
결국 소유주는 지난해 11월 건물 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증명을 시에 보내기에 이르렀다.
당시 소유주 측은 "대전시가 부청사를 매입하겠다고 해 추진하던 개발 절차를 중단하고 기다렸지만, 부서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1년 넘게 지나버렸다"며 "그동안 발생한 매달 1억여원씩 수십억원의 금융·관리 비용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건물 해체는 신고 사안이기 때문에, 소유주가 적법 절차와 방식에 따라 진행하면 행정기관에서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전시 내부에서도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나온 부청사가 그대로 철거되면, 대흥동 뾰족집(1929년 지어진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주거 건축물)이 2010년 아파트 재개발 공사로 철거됐을 때 받았던 것 이상의 시정 비판은 누가 책임질 거냐"는 지적이 나왔다.
건물 소유주는 "문화재적 가치가 큰 건물이기에 대전시가 매입해 활용하려 한다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현재 건축 허가 등 절차는 중단했으며 매입 관련 협약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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