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었다 사라지는 비눗방울…A.A.무라카미 "기술은 숨고 예술만 남길"

한국 첫 개인전 '뉴 네이처'…자연의 생성·변화·소멸, 기술로 구현
조개 껍데기서 착안한 신작 첫 공개…파라다이스시티서 내년 2월까지

박의래

| 2026-09-01 17:04:56

▲ A.A.무라카미 개인전 '뉴 네이처' [파라다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A.A.무라카미 작 '뉴 스프링' [파라다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A.A.무라카미 작 '비욘드 더 호라이즌' [파라다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A.A.무라카미 작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 [파라다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티스트 듀오 A.A.무라카미 (인천=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아티스트 듀오 A.A.무라카미의 아즈사 무라카미(왼쪽)와 알렉산더 그로브스가 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1. laecorp@yna.co.kr

(인천=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거대한 흰색 금속 나무의 가지 끝에서 하얀 비눗방울이 꽃처럼 피어난다. 안개를 머금은 거품은 천천히 부풀어 바닥으로 내려앉고, 잠시 튀거나 서로 엉겼다가 이내 터져 사라진다. 장치는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지만, 공기와 안개의 흐름이 달라 매 순간 맺힌 비눗방울의 모습은 다르다.

일본과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에이 에이 무라카미(A.A.무라카미)의 한국 첫 개인전 '뉴 네이처'(New Nature)가 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전시의 주제는 '자연 이후의 자연'(Nature after Nature)이다.

두 작가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생성과 변화, 소멸의 과정을 과학 기술로 구현해 예술로 만들어 낸다.

비눗방울과 안개, 빛, 공기의 흐름, 조개의 무늬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자연 요소를 작품에 끌어들여 관람객이 새로운 자연 현상을 온몸으로 경험하도록 한다.

이들은 이런 작업 방식을 '에페머럴 테크'(Ephemeral Tech)라고 부른다. 덧없고 찰나의 의미를 지닌 에페머럴에 기술의 테크를 붙였다.

기술을 활용해 오래 유지되는 대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자연 현상을 만들어낸다. 비눗방울처럼 존재하는 순간부터 소멸을 향해 가는 대상을 통해 아름다움과 덧없음, 생성과 소멸의 관계를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만난 A.A.무라카미는 "기술이 작품의 중심은 아니다"라며 "자연이지만 기술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현상을 만들고, 관객이 경험하는 순간에는 기술이 뒤에 숨어 예술만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 스프링'(New Spring)은 높이 6.4m의 거대한 금속 나무 구조물이다.

가지 끝에서는 안개를 머금은 하얀 거품이 피었다가 땅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작품은 벚꽃이 피었다가 지는 순간에서 영감을 얻었다.

손끝에 닿기도 전에 터져버리는 거품은 아름다움이 영원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선명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A.A.무라카미는 "생명은 세포와 그 안의 에너지로 구성되는데 비눗방울은 세포막을 안개는 에너지를 상징한다"며 "탄생한 생명은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사라지게 된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도 찰나를 살아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은 땅에는 캄캄한 자갈밭이 있고 공중에는 안개가 들어간 거대한 비눗방울이 달처럼 떠오르는 작품이다.

은은한 빛 사이로 떠오르는 비눗방울은 하늘의 달 같기도, 물 위의 달무리 같기도 하다.

A.A.무라카미는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 동양의 정원에서 달을 바라보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Mud Paintings From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는 신작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다.

출발점은 두 작가가 도쿄에서 된장국을 먹다가 발견한 바지락 껍데기다.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무늬에 주목한 작가들은 조개가 성장하며 껍데기에 패턴을 형성하는 원리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갯벌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놓인 머드 페인팅 기계는 화폭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작가가 생물학과 유체역학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 선과 무늬를 쌓아 올린다.

조개가 오랜 시간에 걸쳐 껍데기를 성장시키는 자연의 방식을 기계의 움직임으로 옮겨 화폭 위에 펼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무늬 가운데 선별된 결과가 회화 작품으로 탄생한다.

A.A.무라카미는 "수많은 조개껍데기를 봤지만, 동일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연은 반복을 싫어한다"며 "우리 눈에는 같아 보여도 자연의 패턴은 매우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A.A.무라카미는 일본 출신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 출신 알렉산더 그로브스로 구성된 듀오이자 부부다. 무라카미는 건축을, 그로브스는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두 작가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이들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홍콩 엠+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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