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 2026-07-21 17:01:48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유니클로 티셔츠와 서울 석촌호수 초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익숙한 해골 얼굴의 'X자 눈' 캐릭터가 이번에는 미술관으로 들어왔다.
스페이스K 서울은 오는 23일부터 미국 팝아트 작가 카우스(KAWS·52)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을 연다. 회화와 조각 20여점을 통해 친밀함과 불편함, 위로와 충돌이 공존하는 인간관계를 카우스 특유의 캐릭터들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인 '친구, 그리고 이웃'은 개인적인 관계를 넘어 공동체와 사회로까지 확장되는 다양한 관계를 뜻한다. 친구는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이웃은 우연한 만남으로 맺어지는 관계다.
전시의 중심에는 대표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첨'(CHUM)이 있다. '미쉐린 맨'을 연상시키는 둥글고 부푼 몸이 특징이다.
카우스의 과거 작품에서 그의 캐릭터들은 서로를 감싸거나 기대며 위로와 연대의 감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신작에선 서로를 밀어내고 맞서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카우스는 "갈등은 제 작업에 늘 있었다"며 "지난 몇 년간 정치적 긴장과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달라졌고, 그런 감정이 이번 작업에도 스며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작인 조각 '막상막하'는 서로의 목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두 '첨'을 통해 박빙의 경쟁과 팽팽한 긴장을 형상화했다. 동일한 형태의 회화 '하얀 울타리'를 조각으로 형상화했다.
작품의 주인공인 '첨'은 친구·동료를 뜻하지만, 이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은 서로를 붙잡고 밀어내면서 가까운 관계가 언제나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회화 '빨간 공'도 두 캐릭터가 놀이터에서 서로 맞서는 장면을 담았다. 놀이의 공간인 놀이터는 우정의 장소이면서도 경쟁과 다툼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가까운 관계에서 생겨나는 긴장을 은유한다.
카우스는 "작업을 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자주 돌아간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시절 경험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고, 그런 기억들이 이번 회화의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검은색 대형 조각 '멀리 바라보기'(THE LONG VIEW)와 '그림자 측정하기'(MEASURING SHADOWS)는 전시장에 나란히 배치됐다. 카우스의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과 토끼 귀 캐릭터 '어컴플리스'가 각각 좌대 위에 홀로 앉아 거리를 둔 채 마주한다.
'멀리 바라보기'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관계의 간극과 고독을 돌아보게 하고, '그림자 측정하기'는 수치화 할 수 없는 그림자를 측정하는 행위를 통해 객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거리감을 환기한다.
카우스는 "조각을 검은색으로 만든 것은 관객이 형태에 집중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2025년 작 대형 회화 '치유'(THERAPY)는 열한 명의 첨이 각자 바다가 그려진 캔버스를 들고 있는 작품이다.
가까이에서는 각자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면 하나의 거대한 바다 풍경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는 모습은 치유가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우스는 "인터넷에서 미술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서로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캔버스에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다 수평선이 있는 바다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카우스는 1990년대 뉴욕 거리에서 '서브버타이징'(subvertising)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브버타이징은 아류를 의미하는 서브타입(subtype)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로 길거리 광고판 위에 그림을 그려 원래 이미지를 살짝 비트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본명은 브라이언 도넬리지만 작품에 'KAWS'란 서명을 남겨 그의 활동명이 됐다.
카우스는 회화와 조각, 아트토이, 패션, 공공미술 등을 넘나들며 순수미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었다. 해골 얼굴과 X자 눈을 한 '컴패니언'은 그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2018년에는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 '카우스: 홀리데이'가 석촌호수에 설치돼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또 유니클로를 비롯해 디오르, 미국프로야구(MLB)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으며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의 첫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앨범 커버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우스의 캐릭터들은 X자 눈에 입이 표현되지 않아 감정을 쉽게 읽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자기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작품 속 캐릭터들의 감정을 추측한다.
다만 카우스는 "캐릭터에 눈과 입이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그들은 처음부터 그런 모습으로 존재했고, 내게는 그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했다.
최근에는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잇달아 개인전을 열며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미술 수집가로도 유명한 BTS 리더 RM도 그의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우스는 한국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말하려 하지 않는다"며 "다만 디지털 이미지가 아니라 회화와 조각을 직접 마주하면 분명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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