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으로 한국팬 만나는 리시에츠키 "밤의 분위기 나누고 싶어"

성숙한 해석으로 '신동'·'천재' 수식어…"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냐"
12일 예술의전당서 '밤의 시' 리사이틀

김용래

| 2022-06-08 17:00:54

▲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 [마스트미디어/도이체그라모폰 제공. 촬영 크리스토프 쾨스틀린. 재판매 및 DB 금지]


쇼팽으로 한국팬 만나는 리시에츠키 "밤의 분위기 나누고 싶어"

성숙한 해석으로 '신동'·'천재' 수식어…"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냐"

12일 예술의전당서 '밤의 시' 리사이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임지우 기자 = "저 스스로 신동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미래가 기대되는 창의적인 피아니스트로 불린 적이 있는데 제가 추구하는 바와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27)가 4년 만에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오는 12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노 리사이틀 '밤의 시'(Poems of the Night)를 통해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내한 공연을 했던 그는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나 쇼팽의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무척 기대된다고 했다.

이미 15세에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과 독점 계약을 맺고 활동해온 리시에츠키는 내한공연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신동'이나 '천재'라는 수식어에 대해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라며 "미래가 기대되는 창의적 피아니스트"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했다.

20대 연주자답지 않게 성숙한 해석으로 이름 높은 리시에츠키는 '순수하고 서정적이면서 지적'(뉴욕타임스), '최상의 쇼팽 연주'(더 가디언) 등의 찬사를 받는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다.

2018년 내한 당시 '밤의 음악'을 주제로 공연했던 그는 이번에도 '밤'을 주제로 쇼팽의 곡들 들고 한국 팬들을 찾아온다.

쇼팽의 음악을 시(詩)에 비유하는 그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녹턴(야상곡)과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에튀드로 구성된 레퍼토리를 통해 작품에 담긴 예술성에 주목한 감성적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밤'이 제게 아주 특별하고 사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감정적으로 풍부해지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주로 밤 시간대에 연주를 하고, 제 음악을 관객들과 나누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 되듯이 말이죠."

리시에츠키는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밤'이 자아내는 특별한 분위기를 한국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강조했다.

평화롭고 감정적으로 풍부해지는 밤과 함께, 참혹함과 공포 속에서 수많은 밤들을 지새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생각하는 곡들도 준비했다.

이번 리사이틀의 2부 마지막 곡인 쇼팽의 에튀드 중 '혁명'이라는 별칭이 붙은 작품번호 10의 제12곡 C단조는 쇼팽이 조국 폴란드가 러시아군에 의해 무력으로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곡이다.

리시에츠키는 이 곡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상시킨다는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쇼팽의 곡뿐만 아니라 수많은 음악가의 작품들이 전쟁 혹은 감정적인 고통의 시간 속에서 창작되곤 했다"면서 "내 음악을 접하는 관객들이 각자의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게 아티스트로서의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 맥락에서 앙코르곡도 살짝 미리 공개했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앙코르로 연주할 예정인 파데레프스키의 녹턴 역시 아주 특별한 의미가 담긴 곡이에요. 파데레프스키는 폴란드 공화국의 초대 총리이자,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데, 녹턴에 담긴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현 시국에 아주 특별한 의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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