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란
| 2026-10-04 16:50:00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한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미국인 선교사이자 교육자인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를 기리는 기념비와 흉상이 그의 고향인 미국 버몬트주 뉴헤이븐에 세워졌다.
사단법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개천절인 3일(현지시간) 뉴헤이븐 빌리지그린에서 '헐버트 기념비 및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고 4일 밝혔다.
기념물이 세워진 빌리지그린은 헐버트 박사가 어린 시절 다닌 뉴헤이븐회중교회의 옛 터다. 헐버트 부친은 이 교회의 2대 목사로 재직했다.
기념비는 높이 2m, 너비 1m 10㎝ 규모로 영어와 한국어 비문이 각각 새겨졌다.
기념비 앞면에는 헐버트를 '한민족의 은인'이자 '미국의 자랑'으로 소개하고 '인간 존엄의 표상'으로 규정했으며, 그의 주요 어록과 업적을 담았다.
기단을 포함해 높이 1.8m의 청동 흉상은 권치규 작가가 재능기부로 제작했다.
기념비와 흉상의 석재는 버몬트산을 사용했으며, 기념비에 들어간 비문과 흉상은 한국에서 제작해 미국으로 옮겼다.
제막식에는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과 곽정열 주보스턴 총영사관 부총영사, 고인수 버몬트주한인회장, 루스 하디 주 상원의원, 주빌리 맥길 주 하원의원, 존 롤루 뉴헤이븐시 대표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헐버트 박사의 증손자인 킴벌 헐버트를 비롯한 후손 6명도 행사에 함께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번 기념물 건립을 정부 지원 없이 후원금을 포함한 자체 재원으로 진행했다.
김 회장은 제막식에서 "헐버트 박사의 한국 사랑과 업적에 비해 우리는 헐버트 박사와 그를 배출한 고향이나 그를 보내준 미국에 어떠한 감사의 상징물도 없었다"며 "고향에 기념비와 흉상이 건립돼 조금의 빚을 갚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디 상원의원은 김 회장과의 환담에서 헐버트 박사를 알리고 한국과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헐버트-한국의 날' 결의안 제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디 의원과 맥길 의원은 또 헐버트 기념비와 흉상을 버몬트주 역사 기념물로 지정하고 도로변에 표식을 설치하자는 김 회장의 제안에 대해서도 호응했다.
이날 버몬트주 한인회와 미국 전역에서 참석한 동포 40여명은 헐버트 박사가 1896년 처음 채보한 아리랑을 바탕으로 한 본조 아리랑을 합창했다. 버몬트주 푸르뫼한국문화학교 학생들은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1886년 7월 조선 최초의 관립 영어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온 헐버트 박사는 한국의 역사, 문화 등에 관한 단행본과 논문, 기고문을 발표했다. 또한 일제의 한국 침략과 식민지 정책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직전에는 고종 특사로 미국에 파견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려 했으며, 당시 친서 원본이 최근 발견됐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1950년 건국훈장 독립장, 2014년 금관문화훈장을 각각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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