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 2026-08-04 16:53:32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스페인 음악은 제 안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서 가끔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외국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때면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그 뜨거운 열정과 색채를 전달하기 위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죠."
스페인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가 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 정기연주회 '파야, 삼각모자 모음곡'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멘데스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10년 전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 투어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이후,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 등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이어왔다.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다. 할 수만 있다면 매년 오고 싶을 정도로 한국의 음식과 사람, 문화를 사랑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국립심포니와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허설을 이틀간 진행한 그는 "단원들의 기량이 훌륭한 데다 사전 준비도 완벽했다"며 "처음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깊이 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음악에 대한 단원들의 열정과 존중이 느껴져 즐겁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들에 대한 특유의 인상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연주가 끝나는 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한국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 엄청난 위로와 감동을 준다"며 "스페인 출신으로서 (한국에서) 스페인 음악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는 19∼20세기 스페인 특유의 이국적인 색채와 열정을 담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채워진다.
공연 전반부에선 샤브리에의 관현악곡 '스페인',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등 스페인의 이국적 매력에 매료된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다.
멘데스는 "19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와 러시아 작곡가들 사이에서 스페인은 매우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대상이었다"며 "외국 작곡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스페인과 스페인 본토 작곡가의 음악을 한 무대에서 비교해 들여다보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 교향곡' 등을 협연할 스페인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티시아 모레노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모레노는 이 작품과 잘 어울리는 따뜻함과 열정을 겸비한 연주자"라며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극찬했다.
공연 후반부는 올해로 탄생 150주년을 맞은 스페인 대표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의 명작들로 꾸려진다.
오페라 '허무한 인생' 중 간주곡과 춤곡, 그의 대표작인 '삼각모자' 모음곡 1, 2번이 연주된다.
멘데스는 "파야는 플라멩코와 민속 음악 요소를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틀 안에 가장 세련되게 융합해 낸 스페인 최고의 작곡가"라며 "그가 태어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뜨거운 여름 햇살과 레몬, 오렌지, 올리브 향이 가득한 곳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그 강렬하고 감각적인 남스페인의 분위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연주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음악가 집안이 아닌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멘데스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피아노 키보드를 우연히 독학하며 음악에 입문했다.
이후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던 중, 16세 때 TV에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연주를 보고 결정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소리에 둘러싸여 하나의 음악적 형식을 만들고, 그 소리를 통해 나만의 관점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는 열망이 지휘자의 길로 이끌었다"고 돌아봤다.
한국 음악가들과의 특별한 인연과 기대감도 전했다.
첫 내한 당시를 떠올린 멘데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의 협연 무대를 회상하며 "매우 현명하고 친절한 분으로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기억했다.
앞으로 작업해 보고 싶은 한국 음악가로는 작곡가 진은숙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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