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현
| 2026-03-23 16:54:12
세계를 나누는 새로운 방식 탐구하다…'두산인문극장 2026'
인공신체에 이식된 뇌 '모어 라이프'…공동체의 새로운 질서 '원칙'
분류할 수 없는 존재 '나는 나의 아내다'…강연 8편·작가 4명 전시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세 편의 연극은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분류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나누는 방식 자체를 다시 질문하고자 합니다."(남윤일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인간을 인간답게 정의하는 기준, 공동체의 가치관 변화, 존재를 규정짓는 모호한 기준을 탐구하는 세 편의 연극이 두산인문극장 무대에 오른다.
두산연강재단은 23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연극 '모어 라이프', '원칙', '나는 나의 아내다' 등 '두산인문극장 2026'에 참여한 세 편의 연극을 소개했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를 모토로 2013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다. 올해는 다음 달 6일부터 8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과 연강홀 등에서 열린다.
행사의 시작은 죽음을 극복하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불멸의 시대에 인간의 조건과 자아 정체성을 묻는 '모어 라이프'가 연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 인공신체에 뇌가 이식돼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젤리피쉬', '크리스천스' 등 화제작을 연출한 민새롬이 연출을 맡았다. 다음 달 29일부터 5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상연된다.
민새롬 연출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근미래에 인간의 의식과 몸을 분리할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얘기하는 작품"이라며 "의식과 몸의 관계, 자아의 동일성, 삶이 연장될 수 있는 가능성 등 인간이 마주하게 될 윤리적 딜레마들을 관객과 함께 탐색하려고 한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5월 27일부터 6월 14일까지 같은 무대에 오르는 '원칙'은 공동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과 분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새로운 교칙을 강행하려는 교장과 자유로운 학풍을 고수하려는 교감의 갈등을 통해 공동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과 분류를 고민하게 한다. 홍콩 작가 궈융캉의 2017년 작품으로, 서울시극단의 이준우 단장이 연출을 맡았다.
이준우 단장은 "교장과 교감을 둘러싼 가치관의 대립과 충돌의 파장이 관객에게 질문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라며 "'누가 옳은가'를 묻기보다는 '우리는 어느 가치에 더 가까이 있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역사·관계·맥락·권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존재의 경계적 모호성을 살펴보는 '나는 나의 아내다'도 주목할 작품이다. 히틀러의 나치 시대와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남은 여장남자 샤로테라는 인물을 통해 어떤 기준으로도 분류되지 않는 모호한 존재를 들여다본다.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묵티' 등을 연출한 강량원이 연출을 맡았다. 6월 24일부터 7월 12일까지 상연된다.
강량원 연출은 "작품에선 한 명의 배우가 35명의 인물을 연기한다"며 "이러한 형식을 통해 인간의 경계 혹은 존재의 복잡함 등을 깊이 있게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에선 정치, 사회, 과학, 인문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신분류학'을 주제로 총 8차례의 강연을 한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동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임종태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가 대한민국의 정체성, 경계에 선 생명과학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양학부 교수, 전준 한국과학기술원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미디어와 언론, 인공지능(AI)과 미래예측 등을 살펴본다.
김익현, 임영주, 조은영, 정서영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3개국어'도 6월 24일부터 8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열린다. 북한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산 탓에 한국어와 영어, 일어를 섞어서 말하는 한 할머니의 별명 '3개국어 할머니'에 착안한 전시다. 4명의 작가는 영상과 조각, 음향 등을 통해 국적, 성별, 언어, 나이 등 인간을 규정하는 기존 분류 체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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