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혜
| 2026-01-19 16:54:28
우민호 감독 "백기태, 한국 사회가 만든 괴물이라 생각했죠"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반복되는 비극에 분노, 1970년대 이제 그만"
원지안 "야쿠자 연기 위해 일본어 열심히 공부…궁금한 배우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한 개인의 욕망도 파고들다보면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대의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여겼죠. 백기태라는 괴물을 만든 것도 한국이란 뜻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제목을 붙였어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를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작품 제목에 담긴 숨은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격동의 1970년대, 부와 권력을 쥐기 위해 낮에는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요원, 밤에는 마약 밀수업자로 이중생활을 하는 백기태(현빈 분)와 그를 막아서는 집념의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끝없는 대립을 다룬 이야기다.
우 감독은 앞서 전작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 등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1970년대를 깊이 조명했다.
그는 "대학 시절 김충식 당시 동아일보 기자의 책 '남산의 부장들'을 읽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어서 영화감독이 되면 꼭 다루고 싶었다"며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자꾸 풀어놓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재작년에도 혼란의 시간을 관통해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왜 이런 비극이 반복될까 하는 분노가 저를 움직였다"며 "그 기원을 생각하다 보니 1970년대를 파게 된 것 같은데, '메이드 인 코리아'를 마지막으로 이제 1970년대 시대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이 백기태가 가진 욕망에 깊숙이 빠져들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는 "영화 '마약왕'에선 송강호 선배님이 연기한 캐릭터에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며 "이번 백기태에게는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푹 하길 바랐다. 그와 함께 욕망의 전차에 올라타서 같이 질주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백기태도 무조건 악역이라 볼 수 없고, 장건영도 무조건 선한 역할이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화 '대부'의 알파치노도 분명 나쁜 인물이지만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해요. 장건영이라는 인물도 이 사건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과연 정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가 권력을 개인사나 자신의 트라우마를 고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인지 의문이 남죠."
우 감독은 일각에서 불거진 정우성의 연기력 논란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장건영의 과장된 웃음은 트라우마를 감추기 위한 자기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만 그 부분에 논란이 많은 건 알고 있다. 대중의 평가에 변명도 반박도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시즌2에서 장건영의 변신에 주목해달라며 다음 이야기를 귀띔하기도 했다.
"시즌2는 9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를 다뤄요. 장건영은 2년간 실형을 살고 변호사 자격증이 박탈돼 7년간 막노동을 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죠. 시즌2에선 백기태를 무찌르기 위해 장건영이 진짜 나쁜 사람으로 나오는데, 이를 위해 캐릭터를 그렇게 설계한 것이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봐주시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같은 날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원지안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백기태와 마약 거래를 하는 일본 야쿠자 조직의 실세 이케다 유지를 연기했다.
원지안은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일본어를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일본어 선생님이 현장에 상주하시면서 말투 하나하나 섬세하게 봐 주셨죠. 감독님이 추천해 주신 디즈니+ '쇼군'이라는 작품도 참고했어요."
그는 젊은 여성이면서도 야쿠자 2인자까지 오른 이케다 유지의 욕망을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감독님이 절 처음 보셨을 때 '차갑고 서늘한, 칼날 같은 이미지를 느꼈다'고 하셨어요. 깔끔하게 넘긴 머리나 각 잡힌 의상 등으로 그런 모습을 좀 더 살리려고도 했고, 걸음걸이나 자세도 신경을 많이 썼죠."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D.P'로 데뷔한 그는 '오징어게임2',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다수 대작에 출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원지안은 "이번 작품은 해외촬영이 처음인 데다, 아직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아 부담이 컸는데, 감독님과 현빈 선배님 등 많은 분이 제가 현장에서 좀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셨다"며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야도 많이 넓어졌고, 유연해지는 법도 배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비슷한 시기 공개된 JTBC '경도를 기다리며'에 이어 시청자들을 만나게 돼 기뻤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민호 감독님께서 제게 '도화지 같은 면이 있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배우 입장에선 너무 감사하고 기쁜 칭찬이었어요. 앞으로도 더 보고 싶은,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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