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희
| 2021-11-15 16:50:45
뮤지컬 첫 도전 앤드루 가필드 "라슨의 혼에 씌고 싶었죠"
조너선 라슨 자전적 뮤지컬 영화 '틱, 틱... 붐!' 주연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공연 중에 부끄러워서 사망하는 일은 다행히 없지만 내가 첫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았어요."
배우 앤드루 가필드가 처음으로 뮤지컬 영화에 도전해 노래를 불렀던 소감이다. 그는 뮤지컬 '렌트'의 창작자인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틱, 틱... 붐!'에서 주인공 존을 연기했다.
가필드는 15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할 수 있다'보다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그 긴장이 동력이 돼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처음 영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고 잃어버린 형제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가끔 타인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감독이 내가 볼 수 없었던 부분을 봐주셨고, 그게 내 목소리였죠. 스스로 엄청 미심쩍었지만, 내가 표현해야 하는 그의 삶이 너무 중요해서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가필드는 가장 중요한 솔로곡을 촬영 초반 '해치웠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왜'(Why)라는 솔로곡은 존의 여정에서 제일 중요하고 감정신이 가장 높은 클라이맥스 같은 곡이에요.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비극을 감싸 안고 엄청난 것들이 휘몰아치죠. 그런데 촬영 첫 주에 감독이 '그냥 바로 해버리자'고 해서 '아니 잠깐만요, 왜요?'라고 물었더니 지금 안 하면 로케이션 예약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현실적인 이유였죠. 결과적으로 압박 요법이 통했고, 잘됐습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피하려고 '차라리 강물에 뛰어들자, 다리를 하나 잘라서 병원에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 딱 감고 해버리자 했다"며 "일단 시작하면 열이 오르고 머리를 쥐어뜯고 싶고 구멍이 생겨서 내가 갑자기 빠져 죽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함께 간담회에 자리한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도 "큰 산을 미리 넘는 게 중요했다"며 웃었다.
뮤지컬 '틱, 틱... 톡!'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해밀턴' 등으로 상을 받은 창작자이기도 하다. 그의 뮤지컬 '인 더 하이츠'와 '해밀턴'은 지난해 다른 감독의 연출로 먼저 영화로 만들어져 선보이기도 했다.
미란다 감독은 "팬데믹 와중에 창의적인 방법으로 힘겹게 촬영했다"면서도 "공연을 영화로 보여주는 게 관객을 빼앗기는 게 아니라 팬층을 늘린다는 걸 보여줘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필드는 조너선 라슨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공통분모로 미란다 감독과 '완벽한 협업'을 이뤘다고 자신했다.
그는 "라슨은 감독을 지금의 감독으로 있게 한 아주 중요한 존재인데 신기하게도 나도 비슷하게 느꼈다"며 "라슨을 이해해야 한다는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고, 라슨의 혼에 씌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뮤지컬 주연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이 뮤지컬을 영화화했다는 것만으로 넘치도록 충분하고, 신성한 경험으로 남기고 싶어요. 공연으로 한다면 뮤지컬 관객으로 보러 갈 거고요.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라슨이 궁금하고, 다른 해석을 보면서 다시 일원이 된 느낌을 받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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