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지철
| 2026-08-27 16:46:15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으로 관광객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제주도가 뒤늦게 1인 관광객의 실종이나 위기 상황에 대비한 별도의 대응체계 마련에 나섰다.
제주 관광객 10명 중 8명이 개별관광객일 정도로 여행 형태가 달라졌지만 사건이 터진 뒤에야 대책이 논의된 데다, 신고 의무가 없는 숙박·렌터카업체의 자율적인 참여에 기대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도는 27일 경찰·해경 등과 개최한 '안전한 제주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회의'에서 1인 여행객 위기상황 신고·안전 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숙박·렌터카업체 등 관광업계와 연계해 혼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실종되거나 연락이 끊기는 등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신고하고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주 관광 형태는 지난 20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내국인 개별관광객은 2005년 294만9천410명에서 지난해 1천95만2천984명으로 3.7배 증가했다.
전체 관광객에서 내국인 개별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58.8%에서 79.0%로 높아졌다.
반면 내국인 단체관광객은 같은 기간 169만2천142명에서 66만6천567명으로 102만명 넘게 줄었다.
전체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7%에서 4.8%로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체 관광객이 502만275명에서 1천386만1천738명으로 2.7배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관광객이 머물고 이동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도내 숙박시설은 2005년 1천535곳·2만5천963실에서 지난해 7천815곳·7만8천908실로 늘었다.
특히 농어촌민박은 같은 기간 781곳에서 6천285곳으로 8배 증가했다.
대형 숙박시설 중심이던 관광객의 숙박 장소가 도내 곳곳의 소규모 시설로 분산된 셈이다.
렌터카도 2005년 8천701대에서 지난해 2만9천785대로 3.4배 증가했다.
이처럼 여행사나 인솔자가 일정과 동선을 관리하는 단체관광이 크게 줄고 관광객이 숙박과 이동수단, 여행지를 직접 선택하는 개별관광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위기 상황에 놓인 관광객을 누가, 어떻게 발견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제주도가 내놓은 1인 여행객 안전 대응체계는 시작부터 한계가 있다.
도는 숙박업체와 렌터카업체 등이 투숙객이나 이용객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관광업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지만 관련 법령이나 조례에 따른 신고 의무는 없다.
업체의 참여 역시 자율에 맡겨진다.
어떤 상황을 '이상 징후'로 볼 것인지, 업체가 관광객의 연락 두절이나 실종 가능성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도 앞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실종자를 수색해야 할 경찰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적 신고 의무조차 없는 민간 숙박·렌터카업체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 1인 여행객의 위기 상황을 얼마나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도보 여행객을 위한 대책도 이제 논의 단계다.
도 관광정책과는 이날 회의에서 제주올레 공식 애플리케이션인 '올레패스'에서 경찰에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종 신고에 따른 출동은 497건으로, 이 가운데 이틀 이상 수색이 이어진 사례는 33건·45명이다.
실종자 유형도 치매노인과 고사리 채취객, 낚시객 등 다양하다.
이번 대책 상당수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사업을 확대·보완하는 데 그친다는 점은 제주도도 인정했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책의 신규성을 묻는 질문에 "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고, 대부분은 기존에 있던 것을 좀 더 촘촘히 강화시켰다고 보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위 지사는 1인 관광객 안전대책에 대해서도 "1인 관광객이 등록하거나 렌터카를 빌리거나 여행사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보호 요청이 들어오면 면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업체의 자율적인 신고와 관광객의 보호 요청을 전제로 한 대책만으로는 안전망에 스스로 들어오지 않은 개별 여행객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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