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복원 옛 전남도청 '미디어월' 철거 vs 존치 팽팽

천정인

| 2022-10-26 16:44:00

▲ 옛 경찰국 후면에 설치된 미디어월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형복원 옛 전남도청 '미디어월' 철거 vs 존치 팽팽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이 추진되는 가운데 옛 경찰국 건물 후면에 설치된 '미디어월'을 철거 또는 존치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광주문화도시협의회는 26일 광주 동구 5·18기록관에서 '미디어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시민사회 집담회를 열었다.

패널로 참석한 5·18 기념재단 이기봉 사무처장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세웠는지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설치됐다"며 "우리에게 옛 전남도청을 가리는 거대한 벽처럼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조성 당시) 도청 본관만 지상에 남기고 나머지 시설과 공간은 모두 지하로 설계했다"며 "철제 구조물과 전광판에 가려지지 않은 옛 전남도청 본래의 모습이 전당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신웅주 조선대 건축학과 교수도 "향후 (옛 전남도청 등이) 지정문화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며 "문화재가 돋보일 수 있도록 미디어월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장소의 제약 없이 건물 외벽 등에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며 "기존의 미디어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장소에 (다른) 미디어월을 설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박홍근 포유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 정도 시설로 옛 전남도청 일원의 이야기와 흔적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전남도청 건물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모습이 나쁘지 않다"며 "옛것과 새것의 절묘한 조화, 절벽 위 성처럼 보이는 것을 완화해 주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빈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도 "공간이 드러난다고 해서 숨겨진 이야기가 흐를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현재 미디어월 전광판을 상영하는 하루 14시간 중 18%를 5·18 콘텐츠 상영에 활용하고 있으니 이를 대폭 늘려 경찰국이나 오월 이야기를 드러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옛 전남도청과 경찰국 건물을 전시 시설로 조성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은 2017년 경찰국 후면 외벽에 미디어월을 조성했다.

가로 75.2m, 세로 16m 크기의 대형 전광판과 이를 고정하기 위한 4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이 세워졌다.

5·18 단체 및 시민단체 측은 미디어월로 인해 5·18 사적지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지 못한다며 옛 전남도청과 주변 건물이 원형 복원될 수 있도록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당 측은 미디어월의 높이를 낮추는 방안과 크기를 축소해 다른 공간으로 이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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