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낭독극 국내 첫선…이혜영 "문장을 음성으로 운반"

아비뇽 이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위페르와 한국어·프랑스어로 낭독
"이방의 언어가 음악처럼 들리길…한강 출연 무산은 못내 아쉬워"
내달 8∼25일 연극·오페라·무용 등 국내외 화제??

임순현

| 2026-09-15 16:43:01

▲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답변하는 배우 이혜영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낭독극 '새' 아비뇽 페스티벌 공연 모습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낭독극이 국내에서 초연된다.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낭독극 '새'를 다음 달 10∼11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해외 초청작으로 선보인다. 이 공연은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돼 현지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새'는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상처와 역사의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한국 배우 이혜영(64)과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73)가 무대에 올라 각자의 언어로 한강의 소설을 탐구한다.

아비뇽 페스티벌 공연에 이어 국내 초연을 준비 중인 이혜영은 15일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자간담회에서 "'새'는 단순한 문학의 각색이 아니라, 문학의 문장을 음성으로 운반하는 방식 자체를 예술로 삼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은 이혜영과 위페르가 각각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번갈아 낭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자의 언어로 낭독이 이뤄지는 만큼 무대 위 배우는 물론 관객까지 작품의 흐름과 맥락을 끝까지 유지하고 이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혜영은 오히려 그런 점이 이번 작품이 추구하는 창작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대사를 통한 소통이 그 자체로 새로운 예술적 맥락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혜영은 "배우 간의 관계보다 작품이 만들어낸 창작 에너지를 관객이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각자의 언어로 말이 오가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낯선 이방의 언어가 음악처럼 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관객에겐 위페르의 프랑스어가, 외국 관객에겐 이혜영의 한국어가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 풀어낸 대사가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혜영은 이러한 해석이 연출가인 줄리 델리케는 물론 원작자인 한강의 예술적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한강 작가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리허설과 공연을 지켜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며 "한강 작가는 작품을 무대화하는 것보다 낭독을 통해 원래의 문장이 살아나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비뇽 페스티벌과 달리 서울 공연에선 한강 작가가 직접 무대에 오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강 작가는 공연 말미 무대에 올라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직접 낭독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측은 서울 공연에서도 한강 작가의 출연을 요청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끝내 무산됐다.

이혜영은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강 작가가 담백하고 냉정한 톤으로 자기 작품을 낭독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며 "이번 공연에선 한강 작가 대신 다른 배우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지만, 같은 대사라고 해도 낭독 주체에 따라 관객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어 못내 아쉽다"고 털어놨다.

다음 달 8∼25일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새' 외에도 다양한 해외 화제작들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티아고 호드리게즈의 연극 '사이의 거리'가 10월 8∼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또 말리초 바카 발렌수엘라의 다큐멘터리 연극 '기억의 저편'(10월 24∼25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프랑스 현대무용가 마틸드 모니에르의 '소아페라, 인스톨레이션'(10월 9∼10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등 해외 화제작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예술제에서 시범 공연으로 선보였던 오페라 '세 번째 전쟁'도 기대작이다. 10월 16∼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완성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소프라노 임선혜, 배우 강애심,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인도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 등이 출연한다.

이외에 국내 우수작을 소개하는 '팸스스파프 초이스'에선 연극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무용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 다원예술 '어서오세요2026' 등이 무대에 오른다.

다원예술 '화성학 실습', '히히히스토리', '찰나의 찰나'와 연극 '문라이트 오키나와' 등 다양한 신작들도 예술제를 통해 처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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