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근
| 2022-02-09 16:43:08
배우 정욱 "원로 연극인들의 활약, 굉장히 좋은 현상이죠"
'늘푸른연극제' 17∼27일 '물리학자들' 등 4편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원로들이 연극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자기관리가 돼 있고 무대를 사랑해서 찾는 거라 생각합니다. 배우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뛰어드는 거죠. (최근 원로 연극인의 많은 활약은) 굉장히 좋은 현상입니다."
9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제6회 늘푸른연극제 '그래도, 봄'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정욱은 최근 이순재, 신구, 오영수 등 원로 연극인들의 활발한 활약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원로 연극인들의 축제인 늘푸른연극제가 '그래도, 봄'을 부제로 오는 17∼27일 열린다. 올해는 극단 춘추 '물리학자들', 극단 시민극장 '몽땅 털어놉시다', 방태수 연출의 '건널목 삽화', 독일 해롤드 뮐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원제 고요한밤) 등 총 4편이 무대에 오른다.
'물리학자들'(17∼20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은 냉전 시대에 천재 물리학자와 그에게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물리학자 두 명의 신경전을 통해 가치 중립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정욱은 "평생 연극을 사랑하고 늙어온 배우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명 깊다"면서도 "육체의 기량이 많이 떨어져 있어 연극의 수준을 낮추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앞서 무거운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몽땅 털어놉시다'(18∼20일 JTN 아트홀 1관)는 충북 연극계를 이끌어온 50여 년 역사의 극단 시민극장이 지난해 별세한 고(故) 장남수 연출을 기리는 추모 공연이다. 장 연출의 오랜 친구 주호성이 연출을, 장 연출의 아들 장경남이 제작감독을 맡았다.
주 연출은 "극단 시민극장을 창단하고 운영해온 친구를 위해 연극을 만들게 됐다. 친구의 추모 공연을 마련하다 보니 친구가 생전 좋아했던 노래와 배우들을 모아서 연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건널목 삽화'(23∼27일 씨어터 쿰)는 마임과 사이코드라마를 한국에 소개하고 최초로 극단 전용 소극장을 만들었던 방태수 연출의 1972년 작이다. 마임계 대가 유진규와 기주봉이 출연한다.
방 연출은 "'건널목 삽화'는 우리 극단과 함께한 작품이다. 당시 소극장 전용 연극을 만들어 파격적인 시도를 해보려 했다"고 소개했다.
유진규는 대사가 있는 연극에 50년 만에 출연한다. 그는 "50년 전 역할을 다시 하는데, 다행히 사실주의 작품이 아닌 부조리극이어서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냉탕과 온탕, 젊음과 늙음, 20대와 70대를 오가며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엄마!'(24∼27일 JTN 아트홀 1관)에는 배우 손숙이 출연한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기대에 부푼 어머니와 다른 목적을 지닌 채 방문한 아들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연민과 무관심, 자비와 잔인함, 이기심과 사랑의 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연극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진행된다. 주호성 연출은 "어둡고 침침한 시기에 관객에게 충분한 웃음을 드릴 수 있는 밝은 연극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의 문화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오히려 더 환하게 웃지 않나. 그런 걸 잘 살려내 재미있는 연극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웅 운영위원회 위원은 "원로 예술인들은 말년에 무대에 설 기회가 드물고 중심에서 벗어나 생활하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과 활동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연극제가 지속돼 공연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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