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현
| 2026-01-27 16:43:55
헤비메탈로 듣는 '적벽 전투'…춤으로 체험하는 '악의 평범성'
창작산실 3차 신작 7편 공개…전통공연 '적벽'·무용 '세게, 쳐주세요'
'시선의 폭력' 다룬 연극 '멸종위기종'…실험적 무용·음악 공연 4편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판소리 '적벽가'를 헤비메탈과 록 음악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창작산실 무대에 오른다.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속 '악의 평범성'을 춤으로 표현한 무용 공연도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7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창작산실) 3차 라인업 작품 7편을 공개했다.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가 판소리 '적벽가'를 퓨전 음악으로 재창조한 전통예술 '적벽'에 관심이 쏠린다. 해금·피리·거문고·생황 등 국악에 헤비메탈과 포스트 록, 프리 재즈를 섞어 적벽대전의 생생한 전투 현장을 무대로 옮겼다. 다음 27∼2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일우 음악감독은 "전투에서 들리는 엄청난 폭음과 비명들을 강한 노이즈 사운드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관객은 음악만으로 적벽 전투 속에서 병사들이 실제로 느꼈을 두려움을 경험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 공연인 만큼 판소리에는 없는 내용도 이번 공연에 추가했다고 한다. 이일우 음악감독은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기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나 위나라 진영에 배들 띄워 화살을 얻는 장면 등이 공연에서 재현된다"며 "삼국지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장면들을 퓨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7일부터 3월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무용 '세게, 쳐주세요'도 주목해야 할 신작이다. 일상적인 무관심과 방관이 어떻게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탐구한 작품이다.
이은경 안무가는 "'세게, 쳐주세요'라는 말은 물리적으로 친다는 의미와 동시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는 자발적인 몸의 신호를 의미한다"며 "평범한 개인이 만들어낸 외면이 어떻게 집단적인 비극을 만들어내는지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용이 주를 이루는 작품이지만, 한나 아렌트가 지적했던 '악의 평범성'을 관객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연극과 음악을 결합했다. 이은경 안무가는 "무용 작품이지만 무용수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노래와 연기까지 동반한 '통합된 신체'로 작품의 주제를 끌어 나간다"며 "이는 작품의 주제처럼 강렬한 감정이 동반된 신체를 표현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시선에 의해 중요성이 결정되는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연극 '멸종위기종'도 관심을 끈다. 다음 달 6∼15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황정은 작가는 "어떤 존재가 어떤 시선에 의해 중요하다고 규정되는가를 묻는 작품"이라며 "한곳으로 몰리는 우리의 시선이 '시선의 다양성'을 조금씩 희미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를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무용과 음악 신작 공연이 각각 2편씩 창작산실 무대를 밟는다.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공상과학(SF) 설정으로 재해석한 무용 '슬리핑 뷰티 어웨이큰'(Sleeping Beauty AWAKEN)이 6∼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빙하의 '녹아내림'을 춤으로 표현한 '멜팅'(MELTING)은 12∼1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현대음악과 민요, 재즈를 삼각 구조로 엮은 음악 공연 '휴명삼각'은 6∼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음악과 연극의 경계를 해체한 음악 공연 '비-음악적 비-극들'은 12∼1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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