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9-16 16:33:22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국 문화가 지금처럼 융성하는 데는 사상적 바탕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의 삶과 문화에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계간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6일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한국사상선' 완간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한국사상선'은 '창작과비평' 창간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시리즈다.
정도전(1342∼1398), 이이(1536∼1584), 이황(李滉·1502∼1571) 등 잘 알려진 조선시대 사상가부터 군주, 여성, 문학인, 정치인, 종교인까지 총 59명을 소개했다.
2020년 처음 기획을 시작해 백 교수가 간행위원장을 맡았고 2024년과 올해 2월과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10권씩 총 30권을 펴냈다.
책은 각 분야 전문가를 편저자로 위촉해 사상가의 핵심 저작을 선별해 우리말로 풀었다. 서문에는 해당 사상가의 삶과 사상을 압축적으로 정리했다.
창비 측은 "기존 사상서 연구에서 잘 다루지 않던 인물도 과감히 끌어들여 외연을 확장하려 했다"며 "한국 사상의 새로운 계보를 구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출간하는 3차분은 조선 후기와 20세기 중후반의 사상가를 조명한다.
조선 실학사상의 토대를 놓은 유형원(1622∼1673)과 이익(1681∼1763), 정약용(1762∼1836), 김정희(1786∼1856), 최한기(1803∼1877) 등의 사상을 책으로 풀어냈다.
20세기 후반 사상가로는 안재홍(1891∼1965), 함석헌(1901∼1989) 등을 포함해 임화(1908∼1953), 신동엽(1930∼1969), 김수영(1921∼1968) 등을 주목했다.
백 위원장은 임윤지당(1721∼1793), 이사주당(1739∼1821), 강정일당(1772∼1832) 등 여성 유학자에 조명한 책을 주목할 부분 중 하나로 꼽았다.
편저자인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성리학적 사유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고민한 여성으로서 독보적인 사상가"라고 평가했다.
시리즈의 끝을 맺은 '김대중'은 간행위원들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다. 전직 대통령을 사상가의 반열에 올리는 게 맞냐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영광스럽고 보람 있으면서도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면서도 "한국 사회의 발전이라는 큰 방향을 이야기할 때 늘 참고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대의 정신, 시대적 과제를 정의하고 그 정의에 입각해서 정치를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책의 제목도 'K-민주주의 개척자'로 정했습니다."
사상선집에서 문인들의 활동을 주목한 경우 역시 많지 않다고 한다.
임화·김수영·신동엽 편을 정리한 황정아 한림대 한림과학원 HK 교수는 "뛰어난 문학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사상"이라며 간행 배경을 설명했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뤘으나, 미처 담지 못한 인물도 여럿이다.
백 위원장은 "아쉬움이 남지만, 현재로서는 30권으로 일단락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또 다른 '한국사상선'이 더 나와야 한다고 본다"는 뜻을 전했다.
백 위원장은 한국의 사상이 세계에서도 그 저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오늘날 K-민주주의라는 말이 쓰이는 것처럼 K-사상도 이미 전파 혹은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본다"며 "(더 널리) 전파될 날이 오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K-사상이 오늘날 살아있는 문화, 혹은 우리 생활에 활력소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여러 독자가 쉽게 읽고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창비는 다음 달 16일 학술 행사를 열고 한국 사상의 의미를 논할 예정이다.
염종선 창비 대표는 "60주년을 맞아 우리 지식계에 기여할 부분을 찾으며 시작한 작업"이라며 "한국 사상의 핵심과 정수가 알려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